<앵커 멘트>
'병원'을 떠올리면 두렵고 차가운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요.
의사들이 직접 병원을 소재로 한 색다른 사진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정성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와인을 마시고 있는 붉은 빛깔의 두개골, 뼈마디가 훤히 보이는 손은 장미 꽃을 든 채 사랑을 표현합니다.
X레이와 사진의 색다른 만남은 병원에서 영상의학을 가르치는 정태섭 씨의 손에서 비롯됐습니다.
10여 년 전, 기념될 만한 사진을 남기기 위해 가족의 X레이 사진을 찍은 게 계기였습니다.
꽃과 소품을 X레이로 촬영하고 색을 입히는 작업을 거치고 나면, 흑백의 무표정한 영상은 색다른 감각의 풍경으로 바뀝니다.
<인터뷰>정태섭(영동세브란스 교수) : "환자에게 더 다정하고 친근감 있는 영상으로 다가가기 위해 X선 사진 위에 색깔을 넣고..."
암세포를 도려낸 슬라이드. 사진 속엔 수 천명의 희망과 절망의 흔적이 담겨 있습니다.
외과의사인 작가는 환자와 의료진 외에는 출입이 통제된 수술실의 숨막히는 순간을 각종 도구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인터뷰> 박혜미(큐레이터) : "일반인들은 찾아볼 수 없었던, 의사이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던 기구나 장소에 대해 관찰한 것을 사진에 담아냈거든요."
일반인들에겐 두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병원'. 그러나 이곳을 일터로 삼고 있는 작가들의 시선 속에서 병원은 숨겨져 있던 삶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KBS 뉴스 정성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