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법치 부정하는 국회

입력 2008.08.04 (07:09)

수정 2008.08.04 (07:21)

[이선재 해설위원]

임기가 시작된지 두 달이 넘도록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질책이 매섭습니다. 국회는 제헌절 무렵 가까스로 의장단만 뽑았을 뿐 아직 상임위원회 구성도 못했습니다.

원 구성이 안되니 국회 운영이 사실상 마비상탭니다. 임시 기구인 몇몇 특별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한시적인 특별활동일 뿐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 본연의 업무는 팽개쳐진 상탭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일입니다.

지난 몇 달 촛불 민심이 거리를 뒤덮는 동안에도 국회는 민의 수렴 기능을 포기한 채 뒷짐만 지고 있었습니다. 독도 문제가 불거져도 국회는 문을 닫아 걸었고 고유가와 경기 침체로 국민의 시름이 깊어가는 데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니 국회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 없이도 나라가 이럭저럭 굴러가는데 왜 비싼 세비주며 국회를 둬야 하느냐는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 한 시민단체는 세비 부당 수령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법원에 냈습니다. 부끄러움을 알라는 호된 질책입니다.

국회의 직무 유기가 계속되면 세비 반납이 아니라 배임 혐의로 고발하자는 주장까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현행 국회법은 정쟁에 따른 원 구성 지연을 막기 위해 첫 임시국회를 임기 개시 7일 째에 열고, 첫 회의 3일 뒤에 상임위원장을 뽑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임기 개시 열흘 안에 원 구성을 마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정쟁의 포로가 돼 자신이 만든 법을 어기고 있습니다. 국회 마저 법을 어기니 나라의 법치가 바로 설 수 없습니다. 스스로 만든 법을 안지키니 남에게 법을 지켜달라고 말 할 명분도 없습니다. 국회의 권위가 실추되면 분열된 국론을 수렴하는 국민 통합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주말 타결 직전까지 갔던 원 구성 협상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 문제를 놓고 또 결렬됐습니다. 여야간 다툼에 이어 청와대와 여당의 불화설까지 나오면서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만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국회는 하루빨리 국회법 정신을 되새겨 제 구실과 제 몫을 다해야 합니다. 정치권이 정쟁에 휘둘려 국민의 어려움을 도외시 한다면 여야는 물론 정치권 전체가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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