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통합 급물살…민영화는 미흡

입력 2008.08.26 (15:33)

정부가 26일 공공기관 2차 개혁안에서 각종 진흥원과 연구개발(R&D)관리기관 통합을 뼈대로 한 40개 기관의 개혁방향을 확정하면서 향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을 예고했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유사 기능의 기관을 하나로 합쳐 군살을 빼고 고유의 목적에 충실하도록 탈바꿈시킨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빨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산하기관에 대한 인력, 기능, 조직, 예산 등에 대한 조정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2차 개혁안의 내역을 보면 R&D 관리기관과 진흥원을 포함해 29개 산하 기관을 13개로 축소하고 3개 기관을 아예 없애는 동시에 7개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며 한국공항공사의 일부를 민영화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20개 안팎이 대상이 될 3차 개혁안을 이르면 9월 초에 발표하는 것을 끝으로 개혁안에 대한 큰 그림을 완성한 뒤 연내에 305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 효율화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 통합 위주..시너지 노린다
1차로 발표된 41개 기관이 주로 민영화와 기능조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날 2차 발표에서는 '통합'이 키워드가 됐다.
2005년에 17개 기관이 신설되는 등 참여정부 5년 간 45개 기관이나 설립되면서 같은 정책목적을 가진 기관이 양립하는 경우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새로운 업무가 생겼을 때 기존 기관을 활용하지 않고 아예 기관을 신설하거나 기존 기관과 기능이 비슷한 기관을 만들면서 벌어진 일이다. 예컨대 2005년에 만든 부품소재진흥원은 산업기술평가원과 기능이 유사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 때문에 중복 비용으로 비효율이 생기고 상호연계가 부족해질 수 밖에 없었으며 수요자 입장에서도 여러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2차 개혁안에는 비슷한 기관을 묶어서 비효율을 깨고 시너지를 내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4개 부처에 10개나 됐던 '부처당 1개 진흥원' 원칙에 따라 통합하고 R&D사업 관리기관도 9개에서 4개로 합쳤다. 또 업무가 융합되는 경향에 따라 10개 기관에 대해서는 2개 기관씩을 하나로 묶었다.
◇ 인력조정. 지방 이전이 난제
통합 및 폐지 기관이 32개나 되고 일부 기능이 축소되는 곳도 7개나 되면서 노동조합의 반발이 거세지고 특히 인력 조정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배국환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에 대해 고용안정도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일시적으로 할 수도 있고 부처에 따라 다르다"며 "모회사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흡수 가능하면 흡수하고 아니면 자연 감소되는 쪽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인 해고 대신 모회사 흡수나 자연감소, 명예퇴직제, 전환배치 등을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폐지대상인 코레일 애드컴의 경우 모회사인 철도공사로 인력을 흡수하거나 민간아웃소싱으로 넘기는 방안을 찾을 수 있고 정리금융공사도 인원이 36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모회사인 예금보험공사가 흡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통합되는 기관의 경우 관리.지원 인력이 중복될 수 밖에 없어 인력 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예컨대 한국과학재단(155명)과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30명), 한국학술진흥재단(148명) 등 3개 기관은 가칭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되는데 현재 정원을 단순 합산하면 300명을 넘게 된다.
특히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의 정원은 1천47명, 한국환경자원공사는 1천116명이나 된다. 두 기관의 통합으로 2천명이 넘는 거대 기관이 탄생하게 되면서 중복 분야 인력의 고용 안정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부처별로 마련하기 위해 공개토론회와 관련 법령 개정을 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에 대한 설득이 정부의 현안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지방이전이 확정된 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을 놓고도 갈등이 예상된다. 각각 진주혁신도시와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포함해 인터넷진흥원, 학술진흥재단, 산업기술평가원, 노동교육원 모두 13개 기관이 통폐합 또는 폐지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배 차관은 이에 대해 "관련 지자체가 손해를 보지 않도록 균형발전위원회에서 소위 '기관 스와핑'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직 미흡..민영화 규모에 관심
지난 11일 1차 발표에 이어 이날 2차 개혁안까지 합치면 민영화가 28개, 통합 31개, 폐지 3개, 기능조정 19개 등 모두 81개 기관이지만, 기능조정에 2개 기관이 중복되는 점을 감안하면 총 79개 기관이 된다.
정부가 공공기관 305개와 공적자금투입기관 14개 등 모두 319개 대상 중에서 100개 안팎이 민영화, 통폐합, 기능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힌 만큼 3차 발표에서 다뤄질 20개 가량이 남은 셈이다.
이번 R&D 관리기관이나 각종 진흥원의 통폐합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단순한 숫자 줄이기가 아니라 인력과 기능, 예산 등에 걸친 실질적인 통합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민영화 대상이 28개에 그치면서 국민들의 기대치에 아직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 28개 중에서도 당연히 팔아야 할 공적자금 투입기관을 빼면 14개 기관만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차문중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2부장은 "이번에도 미진하다는 평가가 많을 것 같다"며 "전기.수도.가스 등에 대해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포함한 공기업과 기타 공공기관에 대한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월초 3차로 발표될 20여개 기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차 대상의 경우 부처간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이견이 있거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고 한국도로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자회사 등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3차 발표를 통해 공기업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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