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해설위원]
감사원이 정치권력에 휘둘려 독립성을 잃고 그 위상이 유명무실해진 것이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이 뜨겁습니다.
감사원이 지난해 쌀 소득 보전 직불금에 대한 감사 결과를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뒤 그 결과를 이례적으로 비공개하고 명단마저 폐기했습니다.
이런 행태가 감사원의 독립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는 납득하기 힘듭니다.
감사원의 감사 자료의 폐기는 “감사를 위해 확보한 자료는 추후 확인할 수 있도록 증거 서류로 보존해야 한다”는 감사원법에도 어긋납니다.
특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가져야 할 감사원이 쌀 소득 보전 직불금 파문과 관련해 국회의 국정조사까지 받게 됐으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감사원의 하위 직급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양심선언을 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감사원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들은 자성하고 비판하면서 과감한 인적 쇄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자성대로 감사원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근본 원인은 감사원의 일부 주요 보직자들이 권력에 줄을 대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권력에 휘둘렸기 때문입니다.
감사원 직원들조차 ‘양심 선언’에서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권력에 줄을 대거나 조직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에 대해 과감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입니다.
감사원의 생명은 독립성입니다.
감사원법에도 감사원 소속은 대통령이지만 직무에 대해서는 독립적 지위를 갖도록 규정함으로써 외부의 어떤 간섭도 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비롯한 7명의 감사위원 임명권을 갖고 있는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원장이 바뀌는 상황에서는 감사원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소지가 많습니다.
역대 정권에서 감사위원 외에도 사무총장을 비롯한 일부 주요 보직 인사는 권력의 입김을 받는 경우가 적잖았습니다.
감사원의 실질적인 독립을 위해 감사원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인 제도는 외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중국이나 프랑스는 아예 제4부로 분리시켰고, 미국은 의회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일본은 내각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권력에 휘둘려서는 ‘바른 감사, 바른 나라’라는 감사원의 원훈은 허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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