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북한에서 전문직에 종사했던 탈북자들로 구성된 모임이 처음으로 출범했습니다.
대학교수에서 기자, 의사 당 간부에 피아니스트 등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탈북자 백여 명이 모인 만큼 앞으로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 지 주목됩니다.
<리포트>
조선중앙방송에서 기자를 하다 지난 96년 탈북한 장해성 씨.
장 씨는 25년 전, 다른 농장보다 생산량이 월등한 농장을 찾았다가, 그 비결이 바로 '비료'였다는 사실을 취재했습니다.
<인터뷰> 장해성 씨 (前 조선중앙방송 기자): "농장에서 사람 몽땅 동원해서 비료를 다 가져갔다는 거야. 이 농장은 비료를 넉넉히 써서 잘 됐고 다른 농장은 비료가 없으니깐 농사를 못하고"
그런데, 정작 방송에는 높은 생산량의 원인이 '주체농법'이라고 나가자, 기자생활에 회의를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북한 고위층 자제로 평양 음악무용대학을 다녔던 김철웅 씨, 북에선 원하는 대로 연주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철웅 씨 (탈북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는 미국으로 망명했던 이유로 이 곡은 안 됩니다. 그 작곡가의 정치적 경향에 따라서 되는 곡이 있고 안 되는 곡이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탈북한 교수나 기자, 의사, 당 간부 등 백여 명이 처음으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북한 연구와 저작 활동을 통해 대북 정책을 건의하고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데 힘쓰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현인애 (대표/NK 지식인연대): "앞으로 남과 북이 화해를 이룰 때 우리가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만 4천여 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전문가 모임"까지 만들면서,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낼 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김기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