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증시 또 폭락…바닥은 어디인가

입력 2008.11.20 (08:02)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가 2003년 3월 이후 처음 8,000선이 무너지고 유럽 증시도 4~5% 떨어지는 등 미국과 유럽 증시가 또 폭락해 증시가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경기는 악화되는 가운데 물가도 하락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커지고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빅3'의 생존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가시지 않으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제 상황이 투자심리를 싸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27.47포인트(5.07%) 내린 7,997.28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이달과 10월에도 장중에 8,000선이 무너진 적은 있지만 종가로 밑돈 것은 2003년 3월31일 이후 5년 7개월여만에 처음이다.
나스닥종합지수는 96.85포인트(6.53%) 떨어진 1,386.42를 기록해 2003년 5월 이후 처음 1,400선이 무너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52.54포인트(6.12%) 빠진 806.58에 마감해 5년반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39.7% 떨어졌고, 나스닥은 47.7%나 하락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핵심지수 FTSE100은 이날 전일대비 4.82% 하락한 4,005.68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 지수 역시 4.92% 하락한 4,354.09로 마감했고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3,087.89를 기록해 전일대비 4.03% 떨어졌다.
사실 이달 들어 증시 하락세는 이미 지난달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심상치 않다.
다우지수는 이달 들어 14.2%나 빠져 10월에 14.1% 떨어졌던 수준을 넘어섰고 나스닥지수도 19.4%나 하락해 10월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달 증시 추락을 가져온 금융위기 공포가 이달에는 실물경제 위기로 옮겨붙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경기침체가 얼마나 심각할지에 관한 걱정을 갈수록 키우고 있는 탓이다.
경기 악화 속에 소비는 위축되고 있고 기업들의 감원이 잇따르면서 어려워진 가계사정 때문에 소비가 더 얼어붙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 경제의 침체가 1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혀 심각한 경기침체 가능성을 예고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주택시장 침체도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10월 신규 주택건설 실적은 79만1천채(연율 기준)로 전월에 비해 4.5% 감소하면서 1959년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는 하락해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돼 경제적 고통이 더 커질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는 10월 소비자물가가 1.0% 하락해 관련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크게 하락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8월 이후 석달 연속 하락세다. 영국의 10월 소비자물가도 4.5%나 하락, 16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이 문제였지만 내년에는 디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몰락 위기에 처한 자동차 '빅3'의 생존 여부도 미 의회에서 이틀째 구제방안을 둘러싼 청문회가 열린 가운데 여전히 불투명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사의 도산은 고용이나 관련 산업의 부실화 및 차 구입과 관련된 금융부문 등 곳곳에 타격을 줘 경기침체의 골을 더 깊게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M은 이날 10% 폭락하면서 주가가 2.7달러선으로 내려앉았고, 포드는 25% 폭락해 1.26달러로 떨어졌다.
프론트바넷어소시에이츠의 마샬 프론트 회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자동차사 구제여부가 불확실성만 더해가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최대의 현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위기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날 계열 구조화투자회사(SIV)의 자산 174억달러를 매입키로 하고 손실이 큰 헤지펀드를 폐쇄한다고 밝힌 영향으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했다. 단기채권 발행을 통해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고수익의 상품에 투자해 온 SIV가 신용경색에 따른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부실화되면서 씨티그룹은 490억달러에 달하는 SIV 자산을 장부에 반영하고 관련 자산을 계속 처분해왔으나 남은 174억달러 어치는 직접 매입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씨티그룹은 이날 역대 최대인 23%나 폭락하면서 6.4달러에 마감돼 13년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 영향으로 골드만삭스도 11%나 떨어지는 등 금융주들이 다시 불안감에 휩싸이며 폭락했다.
이같이 실물경제와 금융부문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냉각됨에 따라 증시 전망도 더 어두워지고 있다. 매수세가 살아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우지수가 최근 장중에 무너진 적도 있지만 종가로는 지켜왔던 심리적 지지선인 8,000선을 밑돈 것도 바닥을 더 낮춘 셈이 됐다.
코웬앤코의 존 비엘은 AP 통신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고 투자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사람들은 모두 도망치려 하고 있고 금융시장 환경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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