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연예계 ‘불공정 계약’ 여전

<앵커 멘트>

이른바 '노예 계약'이라 불릴만큼 연예계의 불평등한 계약 관행,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죠.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과 계약을 맺으면서 여러 불공정한 약관을 여전히 적용하는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경제과학팀 윤지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윤 기자! (네.)

<질문 1>

연예인들의 전속 계약 실태 어떻던가요?

<답변 1>

한마디로 상당수의 계약서가 기획사에는 '권리' 위주로, 연예인에게는 '의무' 위주로 돼 있었습니다.

특히 신인 연예인들과 계약을 맺으면서 일방적으로 연예인에게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심지어 당사자 의사와는 상관없이 기획사 마음대로 연예인을 다른 회사로 양도할 수 있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녹취> 김상준(공정위 시장감시국장) : "당사자에 대한 통보도 없이 제 3자에게 양도하는 것은 분명 불공정 계약 행위..."

이 뿐만이 아닙니다.

공정위가 국내 주요 10대 연예기획사 소속 연예인 354명의 전속계약서를 검토했더니, 60% 가까운 204명의 계약서에서 불공정 조항이 발견됐는데요.

자사의 행사 출연을 강요하거나 이성 교제를 할 때에도 사전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지나친 사생활 침해, 심지어 계약을 해지하면 같은 업종에서는 연예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독소 조항도 들어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이같은 불공정 계약을 강요한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올리브 나인 등 대형 연예기획사 10곳에 대해 약관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도록 권고 했습니다.

<질문 2>

사실 연예인에 대한 불공정 계약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데, 개선이 쉽지 않은가 보군요?

<답변 2>

물론 일부 스타급 연예인의 경우는 수익의 100%를 가져가는 등 연예인 우위의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인들에게는 먼나라 일인 경우가 많은데요.

연예인 노동조합 측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응석(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 위원장) : "연기자들이 아무래도 약자니까요. 을의 입장에서 소속자의 횡포에 마지 못해서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앞서 공정위가 지적한대로 소속사 행사에 공짜로 출연하도록 강요받는 것도 예삿일입니다.

<녹취> "같은 회사니까 돈들여서 남의 배우 쓰느니 우리 회사에서 공짜로 쓰는 게 낫다. 다들 그러죠."

특히 계약 시점을 데뷔 이후로 못박아 데뷔 이전 교육 기간 동안은 사실상 무급으로 일하는 게 되고요.

상당수의 기획사는 데뷔 전에 들어간 비용을 일종의 빚으로 계산해 데뷔 이후 생기는 수익에서 우선 차감해 가기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이 실제 수익을 얻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질문 3>

공정위의 조치에 대해 매니지먼트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답변 3>

일단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대상 업체 대부분이 문제가 된 조항들을 자진해서 삭제하거나 수정한 상탭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노예 계약이라는 표현은 시대 착오적이라며 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소리는 소리라고 항변했습니다.

연예 기획사에 종사자의 말입니다.

<녹취> 연예 기획사 : "계약서에만 갑으로 돼 있지 갑이 스타파워 등으로 오래된 일 아닙니까?"

여기에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계약 내용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잇따르면서 매니지먼트 업계 안에서도 표준계약서 마련에 들어가는 등 자정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질문 4>

이번 공정위 조사로 그동안 만연했던 불공정 계약 관행 사라질까요?

<답변 4>

일단 공정위의 이번 조치가 연예익 권익 보호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연예인만 될 수 있다면 노예계약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연예인 지망생들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공정위의 시정 권고 조치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고질적인 연예인과 기획사의 불공정 계약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연예인 권익옹호단체 등의 집단적인 노력과 함께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스스로 공정 계약, 투명 경영 등에 앞장서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