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입양 통해 ‘새 생명 품은 사랑’

입력 2008.12.25 (20:45)

<앵커 멘트>

오늘은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사람들 이야기 좀 해볼까 합니다.

아름다운 인연, 바로 입양을 통해 새 생명을 가슴에 품은 사람들입니다.

성탄절 아침, 17년 만에 다시 막내딸 키우는 재미에 빠졌다는 전혜정 씨 가족을 만나러 갔습니다.

<리포트>

15개월 된 설희, 입양되기 전에는 혼자서 삼킬 수 없어 튜브로 영양을 공급받아왔지만 전 씨의 품에 안긴 두 달 전부터는 스스로 이유식을 먹습니다.

<인터뷰> 전혜정(엄마) : "처음 설희 봤을때 낯을 안 가렸다 저랑만 논다. 자기 엄마인줄 안다."

천식 증세가 있던 둘째 아들을 키우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전 씨.

장애도 사랑으로 돌보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전혜정(엄마) : "둘째 키우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설희는 걱정없다. 이렇게 만나기도 힘든데 아기 천사를 보내주셨구나..."

처음엔 입양을 반대했던 남편도 아이를 보고는 마음을 바꿨습니다.

<인터뷰> 김영호(설희 아빠) : "실수한게 그거에요. 아픈게 싫더라구 설희도 지금은 아프지만 더 훌륭하게..."

고등학생, 중학생인 두 아들은 여동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은근히 경쟁합니다.

<인터뷰> 김가람(큰아들/고등학교 1학년) : "동생을 더 좋아해서 조금...사실 많이 서운해요."

<현장음>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엄마와 아빠, 오빠까지 한꺼번에 생긴 설희의 행복한 크리스마스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준비한 솜씨를 뽐내는 9살 예지와 8살 은지.

엄마에겐 좀 늦게 얻은 귀한 자식입니다.

<녹취> 이준희(입양 부모) : "은지야! 너무 열심히 하는게 감동이었어. 너무 잘해..."

이미 다 자란 아들,딸이 있었지만 지난 2000년, 태어난 지 한 달 된 예지를 입양했습니다.

나이 차 많은 언니 오빠 밑에서 예지가 외로울까봐 이듬해 은지도 새 식구로 맞았습니다.

<녹취> 이준희(입양 부모) : "은지 너는 입양할때 얼마나 작았는지 몰라."

<녹취> 김예지(초등학생) : "엄마 나 이거 생각난다. 나 수두 걸렸을때 은지 너무 귀여워서 은지한테 뽀뽀하다가 은지 수두 걸린거...(그랬어?)"

시련도 있었습니다.

막내딸 은지가 돌 무렵 뇌손상 판정을 받은 겁니다.

다리가 다소 불편했지만 지금은 뛰어놀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인터뷰> 이준희(입양 부모) : "은지 첫 발레 발표회 때 남 안보게 막 울었어요. 너무 신기하고 저 녀석이 잘 커서 발레 발표회를 하는구나..."

넉넉하지만은 않은 살림.

더 많은 아이들에게 가정의 소중함과 행복을 알려주려고 부부는 지난해 두 살배기 아들을 또 입양했습니다.

<녹취> 이준희(입양 부모) : "한아이 두아이 세아이까지 왔는데...그래 맞아. 입양은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되는구나. 엄마가 사랑할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쉽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나 아직도 행복을 찾은 아이들보다 행복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태어날 당시 1.4KG, 가쁜 숨을 몰아쉬던 이 아기는 따뜻한 보살핌 덕에 눈에 띄게 건강해졌습니다.

<녹취> "눈 떴네? 쌍거풀도 있어요."

올해로 10년째 미혼모 아기들을 돌보고 있는 윤영수 원장, 달라진 입양 문화를 실감합니다.

<인터뷰> 윤영수(성가정입양원 원장) : "오히려 장애가 있기 때문에 더 입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들이 많으세요. 생명에 대한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거죠."

최근 국내 입양이 늘어 올 상반기에는 국내 입양이 해외 입양보다 처음으로 많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해마다 천명이 넘는 아기들이 우리 땅을 떠나 해외로 입양되는 현실.

이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찾아주는 게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숙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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