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원정 출산, ‘분만실 찾아 삼만리’

입력 2009.01.13 (20:17)

<앵커 멘트>

저출산 시대, 한쪽에서는 출산 장려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 불편을 겪는 산모들이 있습니다.

인구가 적은 농어촌 지역의 상황이 특히 더 나쁩니다.

윤 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이현주 씨, 첫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정기 검진을 받아 온 집 근처 산부인과에는 분만 시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현주(경기도 양주시) : "(진통이 시작되면) 남편한테 전화해서 당장 달려오라고 해야 하는데 배불러서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없고..."

이 지역 다른 임산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뷰> 김보금(경기도 양주시) : "입덧을 심하게 해서 버스를 타고 가다 내려서 토하고 다시 타고 가다 쉬고 그런 식으로 병원에 다녔어요."

산부인과가 없어 불편을 겪는 경우는 농어촌 지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합니다.

강원도 평창에 사는 정순여 씨는 올해 세 번째 원정 출산을 준비중입니다. 평창군에는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순여(세 자녀 원정 출산) : "집에 있다가 (병원으로) 천천히 갔는데 차 안에서 나올 뻔했어요. 조금만 늦게 오거나 차안에서 힘을 줬으면 아기가 나왔을 거라고..."

인구 4만 명인 평창군에서는 한 해 평균 300여명, 한 달에 약 25명의 새 생명이 태어납니다.

하지만 산부인과 쪽에선 한 달에 분만이 30건 이상은 돼야 수지가 맞기 때문에, 병원을 열지 않는 것입니다.

<인터뷰> 고광덕(대한산부인과의사 회장) :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최소한의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어야 하므로 의사의 기술료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금방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난해 전국 시군구 단위 기준으로, 산부인과 시설이 없는 곳은 27곳, 병원은 있지만 분만 시설이 없는 지역도 37곳이나 됩니다.

정부는 농어촌 지역 임산부들의 이런 고충을 덜기 위해 올해부터 일부 지역에 이동 진찰 의료소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이 시설도 출산 전까지만 이용할 수 있어 정작 분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합니다.

<녹취>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동 진료를 하는 시스템에서 분만까지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산전 서비스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출산 가능한 산부인과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 해에는 폐업한 산부인과 수가 개업 산부인과 수를 앞지르면서 전국의 출산 시스템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를 확충할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는한 '출산전쟁'을 치러야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윤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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