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서울대 ‘사실상 본고사’ 논란

입력 2009.01.19 (23:19)

<앵커 멘트>

서울대 몇몇 단과대학이 면접고사에서 수학이나 영어문제를 출제했습니다.

본고사 금지원칙을 피해가기 위한 편법으로 해석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담당 유광석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서울대 면접고사에 어떤 문제들이 나왔습니까?

<답변>

서울대는 지난 13일 2009학년도 정시모집 구술면접고사를 치렀습니다.

경영대에서는 면접에 앞서 행렬과 확률 등 수학문제 6문항을 1시간 동안 풀게 했습니다.

그 뒤 면접장에 들어가서 교수들에게 풀이과정과 답을 설명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경영대 면접에 응시한 학생의 말입니다.

<인터뷰>경영대 면접 응시생:"수능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푸는 시간 자체도 10분이 넘었는데도 답이 쉽게 나오진 않더라고요."

자연대 일부 학과와 의대, 공대 면접에서도 미적분과 수열 등 수학문제가 나왔습니다.

경영대 면접에서는 영어 제시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말만 면접이지 사실상 수학과 영어시험을 치른 것입니다.


<질문>
서울대는 면접에서 왜 이런 수학문제를 출제했다고 합니까?

<답변>

서울대는 수리적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걸러내기 위해 면접에 수학문제를 도입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영대의 한 교수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높은 수학적 능력을 요구하는데 과거 신입생 중 상당수 학생들이 수리적 능력이 부족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연계에서도 수학이 부족해 학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 수학문제를 내고 있습니다.

취재결과 수학문제가 경영대 면접에서 출제된 건 지난해부터, 자연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질문>
그런데 면접에서 이렇게 수학이나 영어문제를 출제해도 되는 겁니까?

<답변>

현행 대학입시에서 3불정책이 적용되고 있는 건 잘 아실 겁니다.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와 함께 본고사를 금지한다는 원칙인데요.

풀이과정과 답을 요구하는 수학문제, 그리고 영어지문이 있는 지필고사는 본고사에 해당되기 때문에 현재 대학입시에서는 금지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수학문제를 사전에 풀게 한 뒤 면접장에서는 말로만 서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본고사 논란을 피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의 말입니다.

<인터뷰>김용근(종로학원 평가이사):"단지 펜을 쓰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면접에서는 논술과 달리 통제받지 않고 편법으로 활용된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질문>
면접에 수학문제가 출제되다 보니까 이것을 대비해주는 학원까지 생겼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입시방식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게 학원가 아니겠습니까?

서울 대치동을 비롯한 학원 밀집지역에는 이 같은 면접 대비반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들 학원에서는 수학 강사들을 초청해서 단기 특강형식으로 면접을 대비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다는 학생의 말입니다.

<인터뷰>의대 응시생:"수업을 통해서 선생님이 풀어주는 방식이었고요, 마지막에는 모의면접식 으로 했어요."

사실상 본고사처럼 치러지고 있는 면접시험에 대해 대학교육협의회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진상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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