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오랜 세월을 견뎌온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들이 '복원'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훼손'되거나 '왜곡'되고 있습니다.
문화재들이 엉터리로 복원되고 있는 실태를 김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
이 세계 유산이 인쇄된 흥덕사 터에, 고려 시대 대표 양식이라며, '금당'이 복원됐습니다.
그러나 장식용 기와인 '치미'는 통일신라시대 기법이고, '지대석'은 백제 양식, 긴 '처마'와 좁고 복잡한 내부는 시대 조차 알 수 없습니다.
<녹취> 복원 참여 학자 : "(고려 시대) 건물 비례 관계나 가옥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고, 장인들도 당시 고려시대 (전문) 목수가 없었다"
KBS가 단독으로 '흥덕사 복원 관련 자문회의' 녹취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금당'복원이 '졸속 추진'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복원 참여 학자 2 : "무언가 지상에 건물의 형태가 만들어지기를 원하는 지자체의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
최근 복원된 조선시대 관아인, '청주 동헌'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대청마루엔 버젓이, 일본의 대표 건축양식인 높은 단,'누마루'가 만들어지고, 열린 공간에서나 볼 수 있는 대보 '조각'은 꽉 막힌 '벽'장식으로 변형됐습니다.(cg)
<녹취>동헌 복원 관계자 : "구멍이 있으니까 구멍을 맞춰야한다 해서 처음에는 방을 만들었는데, 만들고 보니가 전혀 안 맞았다."
심지어 원래부터 파여 있던 동헌 기둥의 수십여 개 입방 홈은 이렇게 새 나무로 모두 메워 놓았습니다.
문화재 복원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되지 않은채 시행기관의 예산이나, 추진일정 등에 맞춰 형식적으로 추진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손윤목(충청북도 문화재 담당) : "예산도 정부에서 지원이 끊겨 힘들다."
당국의 획일적인 행정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소중한 문화재가 복원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훼손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선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