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재판 판사, 신뢰 추락에 이메일 공개

입력 2009.03.05 (07:55)

수정 2009.03.05 (08:03)

<앵커 멘트>

촛불 재판을 둘러싸고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노윤정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른바 촛불재판 몰아주기 배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이 긴급 회동을 한 건 지난해 7월 14일, 다음날 아침 신영철 당시 법원장은 이메일을 급히 보내 판사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KBS가 확보한 이 이메일에는 그동안 신 전 원장의 해명과 달리 자신과의 면담을 비밀로 해달라는 당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녹취> 신영철 대법관 : "거기(면담)에 있던 사람들이 다 컨센서스(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던 거죠. 제가 비밀 유지해 달라고 요청할 필요조차도 없었어요."

신 전 원장은 이날 비밀 면담에서 판사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앞으로는 공평하게 배당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날 기소된 안진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팀장의 재판은 박재영 판사에게 배당됐고, 판사들의 반발은 물 밑으로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석달 뒤인 10월 9일 박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같은 날 열린 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법원장이 젊은 판사들을 좀 가르쳐야 한다는 말까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후 촛불 재판을 맡은 일부 단독판사들이 헌재 결정을 기다려 보겠다며 재판을 중단하자,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 등에서 연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신 전 원장은 법원 안팎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던 상황, 신 전 원장은 촛불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문제의 이메일을 보냈고, 두달 뒤 대법관에 제청됐습니다.

반면 야간 집회와 관련한 위헌심판을 제청했던 판사 등 형사단독 판사 3명은 법복을 벗었습니다.

<녹취>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 :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잘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는데...현행법에 따라서 처리하라고 하면 기분이 안 좋겠죠."

해가 바뀌고 서울 중앙지법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세상에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지만 신영철 대법관과 대법원은 감추고 덮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녹취> 김용담(법원행정처장) : "7월 15일날 바로 전산배당으로 돌아가 가지고 전혀 그 부분에 관해 가지고 문제가 없이 지내왔던 겁니다."

거듭된 거짓 해명 속에 의혹이 계속 커져가면서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자, 결국 일부 소장 판사들은 신영철 대법관의 이메일을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