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경찰 물갈이’ 전국 확대해야

입력 2009.03.09 (07:14)

수정 2009.03.09 (07:34)

[이준삼 해설워원]

어느 사회나 감시를 받는 곳엔 비리가 싹틉니다. 단속 권한을 향해 유혹이 뻗치기 때문입니다.

근무자를 바꾸면 해결될까요?

반짝 효과가 있겠지만 큰 기대는 하기 어렵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 경찰관들과 안마시술소 업주와의 비리를 계기로 강북지역과 근무지를 바꾸려는 구상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즉흥적입니다.

처음엔 600명까지 바꾼다고 했다가 절반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반발도 심해 어정쩡하게 연기한 상탭니다.

이런 와중에도 비슷한 비리는 그치지 않습니다.

서울청에 이어 경기청 소속 경찰관 4명도 오락실에서 뇌물을 받았다가 파면됐습니다.

해마다 전체 공무원 징계자 가운데 40%가 경찰관입니다.

자체조사로도 지난해 유흥업소 단속 경찰들이 업주에게 평균 269만원 씩 받았다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업주들의 눈에 경찰관의 청렴도가 50점이 채 안 돼 씁쓸하기만 합니다.

경찰관들의 자질은 날로 향상되는데도 비리가 줄지 않은 것은 왜일까요?

‘썩은 사과 이론’이 있습니다. 궤짝 안의 썩은 사과는 담기 전부터 상처가 나 있던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이 이론은 경찰관 선발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시험 위주에서 벗어나 인성을 보강하자는 얘깁니다.

서울 경찰의 이른바 강남·북 물갈이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99년과 2003년에도 수 백 명을 맞바꿨습니다. 효과는 없었습니다.

이벤트성이라는 비난을 듣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상적으로는 부패 구조를 찾아내는 새로운 방안을 구상하고 감시체계를 강화해 엄한 처벌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경찰 비리는 서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강남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좀 더 넓게 봐야 합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굳이 물갈이 인사를 하려면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인사 기준도 더 과학적이어야 합니다.

각 경찰서의 재량에 맡겼다가 자칫 무더기 반발이라도 사면 큰 부작용을 낳을지 모릅니다.

경찰은 용산 참사이후 사령탑이 바뀌고 곧 일선 서장을 시작으로 진급 인사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경찰의 새 지휘부가 부패 구조를 부수고 민생치안의지를 새롭게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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