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에이즈 택시 기사’ 파문

입력 2009.03.16 (09:03)

수정 2009.03.16 (09:39)

<앵커 멘트>

충북 제천이 지금 에이즈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에 감염된 남성이 6년 넘게 여러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이호을 기자! 현지 분위기 뒤숭숭 하겠다?

<리포트>

그렇습니다.

지난 11일 한 남성이 여성 속옷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는데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 피의자가 HIV에 감염돼 있는데다 수년간 다른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HIV에 추가로 감염된 사람은 없는지 감염자에 대한 관리 실태는 어떤지 지금까지 사건의 내용을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지난 11일, 여성 속옷 수백 점을 훔친 혐의로 택시운전을 하는 25살 전 모씨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당초 전 씨를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절도범으로 알았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에이즈를 발병시키는 HIV에 감염돼 있던 전 씨가 지난 2003년부터 6년간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전 씨는 이 같은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남겨놨습니다.

전 씨와 성관계를 맺은 여성들은 술에 취한 승객과 주변 지인들이었습니다.

<녹취> 정관헌(제천경찰서 수사과장) : “동거했던 여자도 있고 몇 개월 동안 유흥업소에서 만난 여자도 있고, 가정주부도 있고...”

주변 사람들은 이 같은 전 씨의 성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녹취> 전씨의 회사동료(음성변조) : “금시초문이에요. (사람이) 착실해요. 밖에서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인데...개인적인 사생활은 모르지요. 저희들이 집에 찾아간 적도 없고...”

지난 2003년 군 신병훈련소에서 HIV 감염자로 판명돼 귀가 조치 되었고, 이후 관할 보건소의 관리를 받아 온 전 씨.

그런데 전 씨는 지난해 7월 이후 보건소와 연락이 끊겼습니다.

<인터뷰> 제천시보건소 관계자 : "우리 직원이나 우리 사무실 전화를 받으면 (전씨가) 발신번호를 보고 끊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의도적으로 우리 만남을 피하는 경우도 있고...“

문제는 전 씨가 자신이 HIV 감염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 여성에게 감염 사실을 숨겼고, 성관계시 피임기구 등의 예방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제2, 제3의 피해자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전 씨의 성 접촉 사실이 드러난 뒤 불안감이 커지면서 제천시보건소에는 에이즈 검사에 대한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휴일인 15일에도 보건소 문을 열었는데요.

에이즈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한 사람이 6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평온하고 조용했던 도시가 에이즈 공포로 들썩이면서 시민들도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녹취> 제천 시민(음성변조) : “택시 타기 무섭고 택시 이미지가 안 좋아졌어요. 세상이 무섭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녹취> 제천 시민(음성변조) : “(전씨와) 성관계를 가진 여자가 또 다른 사람이랑 성관계를 가졌을 때,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잖아요. 보건소에서 담당하는 부서가 직접 찾아다니면 좀 더 확실하게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경찰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키고 혹시 있을지 모를 HIV 감염자 확산을 막기 위해 우선 휴대전화에 여성으로 보이는 70여 명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신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신원 노출을 극도로 우려하고 있어서 성 접촉 사실을 확인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경찰이 지금까지 신원을 확인한 여성은 단 세 명으로 이들을 상대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한명은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두 명의 감염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전 씨가 HIV 감염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피임기구를 고의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분노로 표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진세 원장(‘ㄱ’정신과) : “(전씨의 경우에) 불특정 다수에 대해 그런 행동을 보이는데...사회에 분노 같은 것이 생기고, 무분별하게 에이즈를 옮기려고 의도적으로 했던 것 같습니다.”

보건당국은 전 씨가 이전에 꾸준히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 활동력이 약해져 감염력이 매우 낮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그러나 감염력 부분에 있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다 이번 일을 계기고 HIV 감염인의 관리와 지원체제에 대한 보완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행 HIV 감염인 관리 규정상 감염자가 연락을 피할 경우 특별한 대처방법이 없는데다, 검진에만 초점을 맞출 뿐 이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도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 “보건소에 있는 분들이 인력이 부족합니다. 에이즈 전담하는 분이 있어서 계속 상담하고 치료도 받을 수 있게 하면 좋을 텐데...그 인력이란 부분은 (지원 없이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국내 에이즈 감염자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체계적인 상담과 치료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에이즈 감염자의 관리 수준은 치료제 복용을 확인하는 것과 보건교육에 그치고 있는데요.

허술한 에이즈 감염자 관리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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