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환율 효과 이후 대비해야

입력 2009.03.31 (07:19)

수정 2009.03.31 (09:25)

[전복수 해설위원]

지난달 우리나라의 살림이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전달인 1월에는 17억 4천만 달러의 적자였던 경상수지가 한달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입니다. 일부 상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데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에서도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흑자 행진은 이달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경상수지도 50억 달러 흑자가 날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전망했습니다. 흑자로 들어오는 외화가 많아지면서 불안했던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위기설이 사그라 든 것은 무엇보다 다행스런 일입니다.

이제 관심은 흑자 기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정부는 올해 130억 달러 경상흑자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흑자 규모 36억 8천만 달러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을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무역에서 흑자가 난 것도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섭니다.

여행수지 역시, 해외여행에 나선 이들보다 환율 덕을 보려고 명동을 휩쓴 외국인들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덜 수입하고 덜 쓴 결과로 흑자가 난 것입니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란 얘깁니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경제위기 현실을 감안할 때 불황형 흑자라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황형 흑자의 기반이 됐던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일 157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어제 1391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수출업체들의 입장에서 볼 때 환율 하락은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그동안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유일하게 판매가 늘어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수출효자품목인 전자제품들이 선전한 배경에는 고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한 몫을 했습니다. 이달 초 남용 LG 전자 부회장이 고환율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란 경고를 하고 나섰습니다.

환율 효과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인 셈입니다. 실제로 우리 수출업체들이 환율 효과에 취해있는 동안 엔고로 비상이 걸린 일본에서는 과감한 군살빼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황과 위기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고단위 내수부양 정책으로 꿈틀대는 중국 내수시장과 타결이 유력한 한-EU FTA 모두 수출업체들에게는 호잽니다. 품질과 디자인, 마켓팅 등 가격이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한 전자업체의 움직임이 다른 업체들에게도 확산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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