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진단평가 ‘찬반 논란’ 가열

입력 2009.04.01 (09:43)

수정 2009.04.01 (11:12)

<앵커 멘트>

어제 전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일제히 ‘교과학습 진단평가’가 실시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시험을 거부한 채 현장 체험학습을 떠났는데요. 이호을 기자!

진단평가에 대한 찬반논란이 분분하다고?

<리포트>

네, 교육계가 다시 일제고사를 놓고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 학부모들은 시험 대신 체험학습을 택했고 교육당국은 시험을 방해한 교사를 중징계 하겠다고 나서 지난해에 이어 교사 해직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업 성취도 평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아니다, 획일적인 줄 세우기에 불과하다 등 진단평가를 둘러싼 팽팽한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여주의 금당천입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온 초등학생과 중학생 2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어제 치러진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거부하고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주관한 현장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인데요.

일제고사 형식으로 치러지는 진단평가에 반대해 시험을 보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행삽니다.

<인터뷰> 참가학생 : “옛날에 어른들은 진단평가 안 봤잖아요. 근데 왜 우리만 봐야 돼요.”

<인터뷰> 참가학생 : “(진단평가) 성적을 가지고 차별하는 것 같아서요.”

같은 날, 충남지역 학생과 학부모들도 진단평가를 거부하고 문화유적지로 체험학습을 떠났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교육활동 평가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는데요.

과연 진단평가를 통해 아이들의 학력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인터뷰> 최은영(학부모) : “아이들이 자기의 실력이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의미의 진단평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어느 부분에 내가 속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전국에서 진행된 체험학습에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는 약 14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체험학습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같은 날,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획일적인 진단평가로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키울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인터뷰> 장은숙 회장(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 “실제 진단평가는 같은 문제를 가지고 객관식 답을 고르는 식이거든요. 다양한 어떤 교육을 주기보다는 주입식 교육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문제풀이에 익숙한 아이로 길러지게 되거든요.”

이번에 실시된 진단평가는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이 대상이었습니다. 지난 학년에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국어, 영어, 수학 등 다섯 과목에 걸쳐 평가를 했는데요.

교육당국은 진단평가가 학생들의 정확한 학력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 간의 학력수준 차이도 알 수 있어 이에 맞는 학습지도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맞춤식 교육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시험이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평가라고 말합니다.

<녹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 “평가는 교육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죠. 학생들을 힘들게 하거나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함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적합한 눈높이에 맞는 수업을 해주기 위한 (기초)자료를 얻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진단평가를 통해 각 학생들에게 맞춤식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단 입장입니다.

학년별로 교육과정이 정해져 있고, 필수요소를 그 학년에서 모두 마치려면 정해진 진도를 나가기에도 벅차다는 겁니다.

또 평가결과가 도달과 미도달로 구분돼 학생들에게 통보되면 결국엔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인터뷰> 조상연 공동대표(일제고사 반대 충남공동대책위원회) : “진단평가에 대해서 인터넷사이트에 글을 써보면 일제고사 대비, 족집게 반 운영이라든지 돈벌이 사이트가 엄청나게 생겼어요. 사교육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요. 이건 공교육 강화가 아니라 사교육 시장을 강화시켜주는 겁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진단평가는 학교 간의 학력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의 실력 차이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인터뷰> 서희식 위원장(자유교원조합 서울지부) : “진단평가 결과를 잘 분석해서 신속하게 교육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그것이 암흑 교육에서 우리가 새로운 경쟁 교육, 선진화 교육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김점순 교사(봉래초등학교) : “진단평가가 교사입장으로서는 필요해요. 필요한데... 진단평가를 그 동안 학교에서 보지 않은 건 아니거든요. 학교 자체에서도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시험을 일시에 일제 식으로 본다는 것에 대해서 아마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진단평가를 치룬 학생들도 시험에 대한 평가는 서로 엇갈렸습니다.

<인터뷰> 학생 : “진단평가를 보더라도 우리 내신에 반영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한 달 있으면 곧바로 중간고사가 있거든요. 그걸(중간고사) 준비를 해야 되는데 1학년 것을 다시 복습하면 (시간 낭비죠.)”

<인터뷰> 학생 : “자기 실력을 테스트 할 수 있으니까 좋게 생각하고 자기 실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지난달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는 체험학습 안내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교사 145명의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에는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체험학습 참가자 학부모, 교사 등이 참여한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는데요.

이렇게 일제고사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당국은 진단평가를 방해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고, 시험에 불참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무단결석으로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진단평가에 대한 찬반논란 때문에 피해를 받는 사람은 결국 아이들이 됐습니다.

<녹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 “(체험학습은) 당연히 승인을 받지 않은 결석이니까 무단결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거죠. 진단평가에 대해서 반대행동을 했거나 또는 체험학습을 권유한 사람들 모두들 문제 된다고 보지 않고 그분들에 대한 문제는 검토해봐야 합니다.”

<인터뷰> 학부모 : “무단결석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이들도 시험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큰 아이 학교 같은 경우에는 담임선생님께서 절대로 (체험학습은) 안 된다고 강경하게 나오시더라고요. 마음이 굉장히 안 좋았습니다.”

올해는 이번 진단평가 외에도 논란이 됐던 초중고생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비롯해 전국단위의 시험이 세 차례나 예정돼 있습니다.

그 때까지 교육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제고사로 인한 진통과 논란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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