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빠진’ 인천경찰…끝없는 자체 사고

입력 2009.05.05 (10:03)

'오락실 강도 경찰관'으로 온 국민을 경악케 했던 인천경찰이 이번엔 임의동행 중 풀어준 노숙자를 순찰차로 치여 숨지게 하는가 하면 경찰서에서 조사받던 피의자를 놓치는 등 기강해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인천지방경찰청과 산하 경찰서에서 최근 2개월 사이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경찰관 자체사고만도 6건에 달해 경찰의 자정 의지와 능력을 의심케 하고 있다.
인천 삼산경찰서 소속 A 경사는 지난 3월17일 인천 남동구의 한 성인오락실에 근무복을 입은 채 들어가 환전상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현금 260만원이 들어있는 손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범행 이틀만에 검거됐다.
당시 인천경찰청은 '직원들의 복무기강 확립과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경찰관 강도짓이 발생한 지 5일 만인 3월22일 같은 경찰서 소속 B 경위가 혈중알코올농도 0.122%의 만취 상태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다 차량 6대를 파손해 물의를 빚었다.
이어 4월 21일에는 인천경찰청 소속 C 경감이 올해 초 승진한 부하직원으로부터 현금과 황금열쇠 등 17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자체 감찰활동에 적발돼 해임됐다.
이틀 후인 4월23일에는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D 경사가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10대 소녀에게 10만원을 주고 성행위를 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인천경찰의 '황당한' 자체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일에는 인천 부평구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운 혐의로 임의동행 형식으로 순찰차에 탔다가 풀려난 40대 노숙자가 같은 순찰차 밑에 들어가 누워 있던 중 순찰차가 출발하면서 치여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4일에는 사기 등의 혐의로 수배된 뒤 무면허운전을 하다 체포돼 인천 남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50대 피의자가 경찰의 감시소홀을 틈타 수갑을 찬 채 달아났다.
이 피의자는 소변이 마렵다며 화장실에 갔다가 담당 경찰관이 한눈을 파는 사이 달아났으며 당시 경찰서에는 경찰관 100여명이 있었지만 손에 수갑을 찬 피의자가 달아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모강인 인천경찰청장은 지난 3월12일 취임한 이후 이같은 경찰관 자체사고가 잇따르자 휴일인 5일 오전 일선 경찰서장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복무기강 확립과 사고 예방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근 자체사고가 발생한 경찰서의 서장들은 그동안 자체사고 예방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앞으로의 예방 대책 등을 담은 실천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땅에 떨어진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감사는 "치안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짧은 기간 유례없는 '백화점식 사고'로 오히려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면서 "일련의 경찰관 사건.사고에 대해 인천경찰청장이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기존의 구호성 자정 노력이 아닌 특단의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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