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장례업체, 화장 예약 ‘싹쓸이’

입력 2009.05.22 (22:10)

<앵커 멘트>

요즘 화장장 잡느라 3일장이 4일장, 5일장 됐단 이야기 들어보셨죠.
이렇게 화장대란이 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이 다 있었습니다.

범기영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발인을 하루 앞둔 유족들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화장을 하려 했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차서 꼼짝없이 4일장을 치러야 할 판입니다.

<녹취> 유족 : "화장장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 우리도 경기도 지역 벗어나서 의성까지 갈 생각도 했다고."

또 다른 유족은 화장장 예약에 매달리느라 빈소를 지키지도 못합니다.

<녹취> 유족 : "원주 성남 대전 화장장이 다 없어요, 어디나. 밤 새도록 24시간 컴퓨터 앞에 붙잡고 살았죠. 취소되는 거 다시 잡으려고."

화장장이 부족하다보니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입니다.

2007년 기준으로 수도권지역 하루 사망자가 256명인데 화장시설 모두를 가동해도 172구밖에 처리할 수 없습니다.

결국 나머지는 다른 지역 화장장으로 가든지 매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여기에다 4백여 개 상조 업체와 납골당까지 예약경쟁에 뛰어들면서 말 그대로 화장대란입니다.

업체들은 예약 확률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동원합니다.

<녹취> 상조사무실 : "지금 떴죠? 다시 열면 바로 없어져버리잖아요. 그 사이에 찍고 찍고 빠지고 들어가버리는 거예요."

아예 화장장을 예약해주고 웃돈을 챙기는 업자들까지 등장했습니다.

<녹취> 상조 직원 :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다 알고 있어요. 5만 원, 10만 원 그런 웃돈까지. 그것만 하는 업체가 따로 있어요. 2년 전부터 얘기가 있었으니까요."

예약 시스템도 문제입니다.

살아있는 사람 이름으로 여러 화장장을 예약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장례관련 업체들이 중복예약을 해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녹취> 화장장 관계자 :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일단 예약을 하는 거거든요. 그 사람들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개선은 힘들 것 같아요."

정부와 자치단체는 매장보다 화장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 원지동 화장장 건립 사업이 주민 반발에 막혀 8년째 표류하는 등 아직까지 해결책은 제자리걸음입니다.

KBS 뉴스 범기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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