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정부가 수입을 허가한 기중기들이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도로운행 허가를 못받아 밤마다 불법 운행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허가 해놓고 운행을 막는 이런 모순때문에 뇌물 사건 등 부작용만 커지고 있습니다.
최문종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공장 터를 닦는 공사 현장, 기중기가 수십 톤짜리 바위를 옮깁니다.
각종 공사 현장에서 기중기는 없어선 안 될 필수 장비입니다.
작업을 마친 뒤, 차고지로 이동하는 기중기를 따라갔습니다.
해가 지길 기다려 운행했지만, 30여 분 뒤, 단속반에 제지당합니다.
국도의 경우 차량 무게가 40톤, 폭이 2.5미터를 넘으면 단속 대상입니다.
이 기중기는 무게 60톤, 차 폭 2.8미터로 사실상 국내 도로에서는 운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중기는 엄연히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합법 차량입니다.
차량은 합법이지만, 운행은 불법.
이런 기중기만 전국에 9백여 대가 있습니다.
한 번 단속될 때마다 벌금이 최고 4백만 원에 이릅니다.
이 때문에 밤마다 도로에선 단속반과 기중기 운전자들이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을 벌입니다.
<녹취> 기중기 운전자 : "하루에 한 번만 걸리는 게 아니고 세 번도 걸립니다. 외진 길로 돌아 돌아 해서 차고로 들어오죠."
정부는 기중기를 분해해서 이동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기중기 업계는 현실성이 없다며 반발합니다.
<인터뷰> 김대천(기중기 업체 이사) : "하루 일을 하고 다시 또 분해해서 와서 조립해야 하고, 그렇게 하루 일할 게 5일이 걸린다는 얘기죠."
이 모순된 상황은 뇌물이란 또 다른 불법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달 충북 보은에서는 5년 동안 3천여 차례나 모두 9억여 원을 받아 챙긴 정부의 단속 직원들이 적발됐습니다.
하지만,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녹취> 과적 단속 직원 :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주려고 하고, 이쪽에서는 당연히 받으려고 하고, 계속 순환되는 거예요. 계속 반복."
대안은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미 6년 전부터 24개 노선을 지정해, 제한적으로 40톤 이상 중장비가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휘진(서울시 구조관리팀장) : "구조물의 안전에 관해서는 차량 제원 등을 입력해 통행 가능한 노선을 선정해 승인해 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와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무조건 '운행 불가'입니다.
<인터뷰> 손남용(예산국도관리사무소 과장) : "40톤 이상이면 허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다닐 수 없습니다."
국토부는 최근에서야 중장비가 다닐 수 있는 국도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불법 운행과 단속의 악순환을 끊을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추적, 최문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