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푼 서울광장’ 과격 시위 땐 다시 봉쇄

입력 2009.06.04 (09:33)

수정 2009.06.04 (17:38)

경찰이 4일 서울광장을 막고 있던 차벽을 해제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서울광장을 봉쇄한 데 대한 들끓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찰이 "서울광장에서 불법 폭력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줄어들어 광장을 다시 개방키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조치는 과잉대응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결국 경찰이 성난 여론에 한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중론이다.
국민장은 별 탈 없이 끝났지만 서울광장 봉쇄와 분향소 강제 철거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주상용 서울청장 경질론이 등장했고 대학교수들도 시국선언을 통해 경찰 지휘부를 성토하고 나서는 등 경찰에 부는 역풍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경찰이 3일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경위를 다시 확인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작년의 촛불집회와 같은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세 판단도 서울광장 개방 결정에 반영됐다.
국민장 기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는 높았지만, 그렇다고 이 정서가 대형 반정부 시위나 집회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서울광장에서 대형 문화행사를 진행해 온 서울시청도 언제까지나 광장을 막아놓을 수 없다는 점도 경찰 차벽의 빗장을 푸는데 고려됐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시청으로선 문화행사를 재개해 시민에게 광장을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경찰과 정부도 이제는 시청을 개방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광장의 봉쇄를 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광장이 시민에게 열렸지만 향후 집회 성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봉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이 평소에는 서울광장을 개방하되 대형 집회가 예정될 때에는 선별적으로 광장을 폐쇄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10일 시민단체들이 서울광장에서 '6.10항쟁 22주년 국민대회'를 열 계획이어서 이날 경찰이 광장을 개방할지 주목된다.
경찰은 "10일 예정된 집회에 대해서는 아직 대응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광장을 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시민들은 대체로 경찰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지만 경찰의 집회 대응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직장이 서울광장 근처인 박모(26.여)씨는 이날 출근길에 서울광장 봉쇄가 해제된 것을 보고 "어제까지 광장이 경찰 버스로 꽉 막혀 있어서 답답하고 불편했는데 확 트이니까 좋다"고 반겼다.
그러나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지켜 온 황일권(63)씨는 "경찰이 시민들의 집회 자체를 막는 상황에서 광장을 다시 개방하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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