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한 탈북자가 사망한 동생과 함께 부어 온 만기적금을 못 찾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은행이 북한에서 서류를 떼와야 돈을 주겠다고 한 겁니다.
이수정 기자가 안타까운 사정을 전합니다.
<리포트>
3년 전 탈북한 28살 문모 씨는 앞서 탈북한 동생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형제는 막노동을 전전하면서도 3천만 원 가까운 적금까지 부으며 남한 생활에 착실히 적응해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동생이 갑자기 숨지면서 문제는 시작됐습니다.
문 씨가 만기된 적금을 찾으려고하자, 은행에선 적금 명의가 숨진 동생으로 돼있어 우선 상속권이 북한에 있는 부모에게 있다며 지급을 거절한 것입니다. 그리곤 적금을 법원에 공탁해버렸습니다.
<녹취> 문 씨 : "(부모 돌아가셨다고하니까) 사망했다는 증명서를 가져오래요. 진짜 목숨을 던지라는 소리랑 마찬가지죠, 사망진단서를 떼오라고 하면."
문 씨는 은행과 금융위원회에 청원서를 내는 등 백방으로 방법을 찾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얘기뿐이었습니다.
<녹취> 통일부 : "북한에 우선 법적 상속권자이 있는 상황에서 남한에 있는 차순위 상속권자에게 상속권을 넘기는 것은 현행법에 반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사고로 숨진 한 탈북자의 유족 보상금을 남한에서 함께 살던 자매가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강윤호(근로복지공단 보상팀장) : "산재보험법상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검토를 거쳐서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여동생 두 명에게 수급권을 인정하고 유족보상급을 지급했습니다."
탈북자 만 6천 명 시대, 현실과 동떨어진 법은 탈북자들에게 고통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