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한 달 넘게 노숙 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자립하기 위해 요양원에서 나왔는데 현실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이정민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장애인들의 저녁 식사 시간. 밥솥에 밑반찬까지 공원에 갖춰놓고 식사를 해결합니다.
잠도 여기서 잡니다.
<인터뷰> 방상연(지체장애인) : "옆이 시끄러우니까 잠도 못자고 그게 너무 싫어."
이 사람들, 지난달 요양원에서 나왔습니다.
자유롭게, 남들과 어울려 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막막했습니다.
기초생활 수급비만 해도 모두 요양원에 지급돼 돈이 없었습니다.
<녹취> 장애인 시설 관계자 : "수급비는 각자에게 나가는건 아니고요. 이 사람들에 대한 시설운영비로 나가는 거예요."
이 돈은 요양원을 나와도 못받습니다.
거처가 먼저 정해져야 받을 수 있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집도 문제입니다.
임대주택도 시설에서 나와 1년은 돼야 신청 자격이 생깁니다.
<인터뷰> 김진수(노숙 장애인) : "요양원에서 10년, 20년 살아도 요양원에서 살았으니까 자격이 없게 되죠. 그러니까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거예요."
어렵사리 독립해도 안정된 삶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독립한 정희선 씨의 생활비는 장애수당, 후원금까지 60만 원 쯤인데, 한 달 월세만 37만 원이 나갑니다.
<인터뷰> 정희선(장애인) : "전기세, 수도세 같은 거 다 내면 남는 게 없어요."
임대주택을 구해도 맘 편히 장기거주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진석(장애인 부부) : "최장 6년이거든요.나갈 때는 저희가 알아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래도 이를 악물고 시설을 나와 결혼도 하고, 하고 싶던 공부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바람은 장애인에게도 자립해 살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인터뷰> 정희선(장애인) : "너는 할 수 없으니까 너는 포기하라고, 전동휠체어도 포기하고 야학도 포기하고...나혼자 살고 보니까 전동휠체어타고 어디라도 돌아다니고... 그게 참 좋아요."
KBS 뉴스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