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40년’ 귀신도 변했다

입력 2009.07.29 (20:34)

수정 2009.07.30 (08:37)

<앵커 멘트>

귀신 하면 풀어헤친 머리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컴퓨터 그래픽과 분장 기술의 발달로 공포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우리 공포 영화의 변천사, 모은희 기자가 분석해봤습니다.

<리포트>

한국 최초의 공포 영화로 알려진 '살인마'입니다.

시어머니에게 미움을 받아 억울하게 죽은 며느리가 귀신이 돼 복수에 나섭니다.

무덤이 두 갈래로 쩍 갈라지고,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소복 입은 귀신이 등장하는 건 옛날 공포 영화의 정석.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귀신이라 하면, 이처럼 한을 품은 여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엄마의 한', '며느리의 한', '옥녀의 한' 등 이른바 '한' 시리즈가 쏟아졌습니다.

<인터뷰> 심영섭(영화평론가) : "여성들이 가장 억압받는 계층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공포 영화는 억압된 것의 귀환이라고 해서 가장 약자들, 억압이 가장 심한 곳에서 귀신이 나오거든요."

외국 공포 영화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우리 영화는 90년대 후반부터 다시 전성기를 맞습니다.

흥행의 포문을 연 건 바로 '여고괴담' 시리즈.

유령이 된 여학생이 복도에서 다가오는 장면은 여기저기서 패러디할 만큼 큰 화제였습니다.

개인적인 원한과 복수 일색이던 영화 소재는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입시 경쟁, 집단 따돌림, 외모 지상주의 등 사회 현실이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귀신이 나오는 장소 역시 이제는 깊은 산 속이나 무덤가가 아닌, 휴대전화나 TV 같은 첨단 매체.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다양한 분장 기술로 공포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눈에 빤히 보이는 귀신 대신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를 다루거나, 결말에 극한 반전을 넣어 묘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등 수법도 다양합니다.

40여 년을 일궈온 한국 공포 영화, 진화한 귀신의 발자취를 한눈에 비교해 보는 자리도 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오는 31일까지 20여 편의 공포영화 대표작들을 무료로 상영 중입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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