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불법 찬조금’ 학부모 뿔났다

입력 2009.07.31 (07:01)

수정 2009.07.31 (10:23)

<앵커 멘트>

불법 찬조금을 요구하는 학교,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죠, 그런데 참다못한 한 고등학교 학부모들이 교장선생님의 찬조금 요구가 지나치다며 결국 교육청 감사실을 찾았습니다.

대체 어느 정도였길래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요?

이수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문을 연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교 정면의 초대형 현수막과 첨단 LED 간판과 시계, 복도까지 빠짐없이 설치된 방충망까지... 신설 학교치곤 시설이 훌륭합니다.

모두 학교 예산이 아닌 학부모들의 돈으로 마련된 것입니다. 학부모들은 갈수록 커지는 교장의 요구가 두려웠다고 말합니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교장이) 어느날 전화와서 조경 견적이 3600만원 나왔다, 근데 깍아서 2천만원 나왔대요. 저는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돈봉투도 수시로 건네야 했습니다.

교사 회식비와 출장비 명목으로 돈를 요구하는 교장에게 학부모들이 건넨 100만원과 150만원!

그러나 취재결과, 회식비는 학교 법인카드로 결제됐고, 출장비는 취재가 시작되자 교장이 부랴부랴 교사들을 불러들여 7만원씩 떠안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교사들 워크숍 뒷풀이때마다 최고급 양주까지 준비해야했습니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 "이제는 발렌타인의 '바'짜도 보기 싫거든요, 너무나 여러차례 제가 준비했었기 때문에..."

해당 교장은 모두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 교장 : "(학부모들이) 돕고싶은데 무슨 방법으로 어떻게 도와야할지모르니까, 교장선생님이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그걸 하고싶다.

선생님들 위해 써달라고 봉투까지 해온 걸 제가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왜 뇌물이예요?

학부모들은 허리가 휘면서도 아이가 피해를 볼까봐 거절하지못했습니다.

<녹취> 학부모 (음성변조): "(교장이) 서울대 보내기 싫으세요? 담임이 대학보내줘?내가 보내지!" 감히 저 분을 상대로 뭘 할 생각을 못했어요.

<인터뷰> 노현경(인천시교육청 교육위원) : "내 아이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아이까지 생각한다면, 그런 부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교육청 등에 도움을 요청해야합니다."

학부모들은 해당 교육청에 감사를 의뢰하는 한편, 검찰 고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수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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