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의 수영’ 알아야 산다

입력 2009.07.31 (20:33)

<앵커 멘트>

계곡이나 바다에서는 수영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단 물에 빠지면 옷의 저항 때문에 수영을 잘 하는 사람도 위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모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바다나 계곡 같은 유원지에선 일상복을 입은 채 물에 들어가는 피서객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옷을 입고 하는 수영, 과연 안전할까요?

초등학교 수영부 학생에게 수영복과 일상복을 교대로 입고 50미터를 헤엄치도록 했습니다.

완주하는 동안 팔을 휘저은 스트로크 회수는 수영복이 48번, 일상복은 88번.

일상복 차림으로는 팔을 열심히 저어봤자 앞으로 잘 안 나갔다는 뜻입니다.

결국 완주 시간도 수영복과 비교해 1.6배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박재현(서울 성일초등학교 3학년) : "온 몸이 무겁고 마음대로 안 움직여져서 힘들었어요."

옷이 신체와 딱 밀착되지 않아 공기 방울이 많이 생기고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겁니다.

특히 젖은 옷의 무게 때문에 금세 지치게 되고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렇다면 물 속에서 옷을 벗어버리는 게 해결책일까요?

젖어서 무거워진 옷을, 그것도 당황한 상태에서 벗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평영을 하라고 권합니다.

배영도 상관은 없는데 단, 팔 다리를 평영처럼 물 안에서만 휘젓는 식으로 합니다.

옷 입은 부분이 최대한 물 속에 잠기도록 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게 생존 포인트.

급한 마음에 빨리 가려고 자유형으로 헤엄쳐봤자 힘만 빠집니다.

건장한 20대 청년에게 스웨터와 청바지를 입고 자유형 50미터를 가도록 했습니다.

30미터쯤 가더니 포기합니다.

<녹취> "(어떠세요?) 너무너무 힘듭니다."

피로 물질인 젖산 분비량을 재봤더니 6.6 밀리몰, 운동 전의 6배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평영을 할 때는 50미터를 끝까지 헤엄치고도 젖산 분비량이 3.3, 절반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최승욱(성신여대 체육학과 교수) : "자유형을 하게 되면 발 하반신의 스트림 라인이 무너지면서, 물에 대한 저항을 받게 됩니다."

일상복을 입고 하는 이른바 '착의 수영'은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필수 교육 과정입니다.

국내에서도 서울 강동교육청이 착의 수영 수업을 도입하는 등 늦게나마 생존을 위한 수영의 필요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인터뷰> 장다미(수영 경력 3년) : "(그동안 뭐 배웠어요?) 자유형-배영-평영-접영. (옷 입고 살아남는 법 배운 적 없죠?) 없어요."

익사 사고의 85%가 수영복이 아닌 일상복 차림일 때 일어납니다.

수영복, 수영모, 수경까지 완벽히 갖춘 그야말로 수영장용 실력만 믿다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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