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클래식에 사주까지…미용실 맞아?

입력 2009.08.04 (08:57)

수정 2009.08.04 (16:43)

<앵커 멘트>

여성들 파마 한번 하려면 두세 시간씩 걸리는 게 보통인데, 그 시간 기다리려면 지루하기도 하고 간혹 배가 고파서 힘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미용실 서비스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박석호 기자? 이제는 차 마시고 잡지 보면서 기다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죠?

<리포트>

그렇습니다. 머리단장을 하는 동안 라이브 연주를 듣고 식사도 하고, 심지어 머리 모양 상담하며 사주까지 봅니다. 미용실 이색 서비스 함께 보시죠.

연주자들이 클래식 기타와 첼로의 협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학파까지 포함된 4중주단, 그런데 연주 무대는 미용실입니다.

<녹취> "여기 미용실에서 오늘 연주가 있어서 (악기) 조율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클래식 연주자들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운 곳이겠죠?

<인터뷰> 홍용현(클래식 기타 연주자): "걱정되죠. (헤어)드라이어 소리도 나고 미용실이니까... 근데 막상 연주회 시작하면 많이 귀 기울여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드디어 연주가 시작됐습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인공 오드리 헵번이 불러 유명해진 문 리버. 그리고 역시 영화 디어헌터의 삽입곡 카바티나. 음악에 젖어 눈을 감으면 어두운 극장이나 연주회장에 온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뷰> 유숙경: "느긋하게 머리 하면서 평소에 친숙했던 음악 편하게 감상할 생각입니다."

아내가 머리 손질할 때 남편들 기다리기 참 지루한 법인데, 오늘은 예욉니다. 매일은 아니고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공연. 아무리 드라이어 소리가 시끄러워도 아름다운 음악을 가리지는 못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인터뷰> 최원호(클래식 기타 연주자): "그냥 배경음악처럼 듣고서 지나칠 줄 알았는데 박수도 쳐주시고 참 뿌듯합니다."

이렇게 음악회를 열게 된 건 역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한 생존전략이겠죠?

<인터뷰> 위초성(미용실 원장): "고객들한테 좀 더 편안함을 제공하는 그런 서비스로써 (연주회를) 지속하다 보면 매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손님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문화를 향수했습니다.

<인터뷰> 서연경 "공연장 가서 직접 들어야 하는데 그런 여건은 안 되니까 여기 와서 편안하게 (감상하니) 무슨 카페에 와 있는 기분이 들고..."

그런가 하면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미용실도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들에게 일일이 주문을 받습니다.

<녹취> (고객님 지금 점심때인데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낙지볶음밥이요."

낮 12시부터 2시까지 머리 하는 동안 출출해 할 고객들을 위한 서비습니다. 식사 시간이 지나면 간식까지 나옵니다.

<인터뷰> 이수진: "여자들은 파마하는데 3~4시간 정도 걸리잖아요. 근데 식사 시간이랑 겹치면 배도 고프고... 그런데 여기서 음식도 제공하니까 번거롭지 않고 좋은 것 같아요."

식비가 들긴 하지만 손님이 늘어서 오히려 매출은 40% 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남상찬(헤어디자이너): "손님들께서 머리도 하시고 남는 시간에 맛있는 식사도 하시고 그렇게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많이 뿌듯합니다."

이곳은 어떤 서비스가 있을까요? 머리 모양을 결정하기 전에 컴퓨터에 사주를 입력해서 헤어스타일을 논의합니다.

<녹취> "추운 계절에 추운 시간에 태어났기 때문에 따뜻한 걸 보완을 해야 돼서..."

그래서 이 손님은 따듯한 열을 가하되 둥근 얼굴형에 어울리는 ‘웨이브 펌’을 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오링테스트 등을 통해 체질 감별까지 해서 다양한 스타일을 조언해 줍니다.

<인터뷰> 박도영(직장인): "정장을 입다 보니까 깔끔한 스타일, 또 제 이미지하고 맞는 것 같아서 그것만 고수했거든요. 조금 웨이브를 넣어서 운세가 좋아진다고 하면 바꿔야겠어요."

물론 과학적인 근거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시각 차이가 있겠죠? 다만,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은데 어떤 모양으로 할까 너무 고민될 때, 그 고민을 줄여주는 효과는 크다고 합니다.

<인터뷰> 변정섭(미용실 원장): "요즘 경제가 워낙 안 좋잖아요. 뭔가 차별화된 전략을 짜다 보니까 사주라는 것을 하게 됐고 손님이 사주도 보고 머리도 하고 기분 좋게 나가니까 다른 손님 또 불러오더라고요."

이색 서비스로 차별화를 추구하는 미용실. 때로는 연주회 무대로, 때로는 식당으로, 그리고 사주카페로까지, 무한한 변신은 계속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KBS 뉴스 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