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농부가 된 외국인 노동자들

입력 2009.08.17 (09:10)

<앵커 멘트>

농촌에 있는 외국인이라고 하면 농촌 총각과 결혼을 한 외국인 신부를 떠올리게 되죠?

그런데 요즘은 농촌에서 외국인 남성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박석호 기자, 이제 농촌도 국제화되는 건가요?

<리포트>

네, 경제 침체로 도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농촌으로 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중국동포들도 많다고 합니다. 함께 보시죠.

상추와 쑥갓 농사를 짓고 있는 강원도의 한 농갑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작업이 한창인데,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닙니다.

<인터뷰> 와시(태국/30살) : "태국에서 왔어요. 1년(전에 왔어요). 쑥갓 잘라요."

함께 일하고 있는 다른 남성 역시 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잡니다.

<현장음> 이쓰라 : "(쑥갓 50상자 해야 되는데 몇 상자 했어?) 지금 35상자. (35상자? 그럼 15상자만 하면 되네. 15상자 하고 끝내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농가에서 일한 건 올해로 2년쨉니다.

경기 침체로 도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곳 농촌까지 왔습니다.

<인터뷰> 이쓰라(태국/35살) : "농사 잘되면 좋아요. 좋아요."

한 달 수입은 약 120만원 선.

대부분은 고향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합니다.

<현장음> "120만 원 받아서 100만 원 보내고 20만 원 반찬 사먹고 술 먹어요."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다른 농가에서는 스리랑카인이 일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비엠테아딧와산타(스리랑카 /37살) : "중국 사람 할아버지 한 명 있어요. 태국 사람 4명 있어요. 베트남 사람 2명 있어요. 나 혼자 스리랑카예요."

이 스리랑카 인은 한국 농가에서 일한 경력이 5년 정도 되기 때문에 급여가 조금 더 높았습니다.

<인터뷰> 비엠테아딧와산타(스리랑카 /37살) : "스리랑카에서 한국 와서 농장 비자로 아침 7시에서 저녁 6시까지 일해요 조금 힘들어요. 170만 원 받아서 140만 원 집에 보내요 30만 원 한국에서 먹고 싶은 것 먹어요."

농가 입장이야 부족한 일손을 덜어주니 반갑기는 한데, 그래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같이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함께 일하다 보면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도 장벽이 될 때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용현(외국인 고용 농가) : "말이 안통해서 힘들죠.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들이라 의견 충돌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중국 동포를 채용하는 농가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말이 통하고 정서가 비슷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인터뷰> 최춘옥(연변 /57살) : "아침에는 5시 반에 일어나서 오이를 따고요. 그 일이 끝나면 여기 와서 오이도 따고 호박도 따고 그래요."

<인터뷰> 김동일(외국인 고용 농가) : "교포 분들 없이는 인력을 구할 방법이 없고요. 설사 지역 분들을 고용한다 하더라도 인건비에 타산이 안 맞고요."

이 농가에서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들 3명 모두 50대 중국동포들, 한낮에 쉬는 두어 시간을 제외하고 아침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농사일을 합니다

. 한 달에 받는 보수는 최저임금법이 적용된 90만 원에서 100만 원 선입니다.

<인터뷰> 이명숙(연변/54살) : "중국 분들이 나이 많은 분들이 여기 오죠. 일자리 없으니까 농촌 와서 일하죠."

일손이 달리다보니 직업소개소에 10% 수수료를 주고 중국 동포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금준(중국 헤이룽 강/62살) : "소개소 통해서 오이 농사짓는 곳 있다고 해서 주소 적어줘서 왔어요."

이처럼 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강원도 홍천군내 농촌지역에만 천여 명에 이릅니다.

이들 대부분은 산업인력공단과 농협중앙회를 통해 정식 절차를 거쳐 농가 교육을 받고 농촌으로 옵니다.

<인터뷰> 한기린(협중앙회 팀장) : "도입 인원은 4천 명이었습니다. 내국인 일자리 창출 우선 정책에 인해서 천 명으로 줄었습니다. 그 천 명은 신청 일주일 만에 바로 소진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외국인 근로자들 중엔 힘든 농사일을 견디지 못해 그냥 가버리기는 사람들도 있어서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용현(외국인 고용 농가) : "원래 5명을 신청했는데 3명이 무단 이탈해버렸다고 작업장을... 그래서 2명만 데리고 일하고 있는데, 그것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되지 않나 싶어요."

또 농업의 특성상 날씨에 따라 하루 작업량이 들쑥날쑥한데, 이 때문에 초과 근로 수당 지급 등을 놓고 농가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학철(마을 이장) : "농사짓기 점점 힘들어지겠죠. 그때 가서 다른 대안이 생기지 않는 한..."

도심 공장에 이어 농촌 비닐하우스에서도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노동 시장 국경의 장벽이 도시에 이어 농촌에서도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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