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현대·아태위 합의 이행의 조건

입력 2009.08.18 (07:18)

수정 2009.08.18 (08:48)

[고유환 객원 해설위원]

현대그룹과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가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재개하고 백두산관광을 시작하며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하는 등 5개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한 직후 이루어진 것이어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 관계는 조속한 국면 전환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 효과를 반감시키는 남북 경협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이번 현정은-김정일 면담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의 남북경협 지속에 대한 확고한 의지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남북교류협력을 지속해야 경제적 어려움을 덜 수 있습니다. 북미 관계 진전을 위해서도 남북 관계는 일정 부분 관리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남북 교류 협력을 활성화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 합의는 인도적 사업에 관한 것으로 적십자사 등 준 당국이나 당국 차원에서 풀어야할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에 담은 것은 이산가족면회소가 금강산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북측이 인도적인 문제에 성의를 보이고 남측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기대하는지도 모릅니다.

남측 정부의 고민은 통행 제한 해제와 이산가족 상봉 이외의 합의를 당장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흔들리지 않는 대북정책은 결국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국제사회로부터도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 고수를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 관계 복원이 어렵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와 아태 사이의 합의는 북핵 진전 여부에 따라 크게 영향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남북 관계 복원을 위한 디딤돌은 놓았지만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에 대한 결단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합의의 이행을 위해서는 남북 당국 간 협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남측 당국의 승인 없이 현대아산 단독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남북 당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협력을 제도화하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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