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청부 살해된 ‘34년 기른 情’

입력 2009.08.18 (09:05)

수정 2009.08.18 (16:31)

<앵커 멘트>

34년간 자신을 키워준 양어머니를 청부살인한 패륜 아들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최서희 기자! 유산 때문에 그랬다고 하는데, 철저하게 범행을 은폐했다죠?

<리포트>

네, 붙잡힌 이모 씨는 범행 뒤 주변엔 태연하게 '어머니가 떡을 먹고 돌아가셨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다 1년여 만에 범행이 발각됐는데요, 이 사건 직전에도 청부업자들과 만나,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숨지게 하자며 모의하기도 했습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끔찍한 살인 사건, 자세한 내용을 알아봤습니다.

어제 경찰에 붙잡힌 양어머니 청부 살해 피의자입니다.

그가 35년간 친자식처럼 키워준 양어머니를 살해한 이유는 20억 원에 달하는 유산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아들 이모씨/34세) : "사회복지사들이 자꾸 사회에 기부를 하게끔 하려고 해서 그런 생각(청부 살인)을 잠시나마 가졌었는데..."

잦은 사업 실패로 재산을 탕진했다는 아들.

그런데 어머니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자 어머니의 청부 살인을 계획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3월 인터넷에서 만난 청부업자 2명을 시켜 어머니를 살해할 것을 지시했는데요.

<인터뷰> 유해철(서초경찰서 강력 3 팀장) : "7일 동안 걸쳐 일곱 번을 계속 합숙을 해가면서 어떻게 살해할 것인지 피의자 이모 씨와 박모 씨, 공범들이 모여서 살해할 방법을 찾던 중에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4월 말 교통사고 위장 계획은 미수에 그쳤고, 이들 일행은 곧 2차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아들 이 씨는 청부업자들에게 평소 어머니가 자주 다니는 동선과, 집 주소, 그리고 현관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며 어머니를 살해할 것을 지시했는데요.

그리고 지난해 5월 2일, 청부업자들은 아침 운동을 다녀온 어머니 유모 씨를 집 안에서 비닐랩으로 질식시켜 숨지게 했습니다.

<인터뷰> 유해철(서초경찰서 강력 3 팀장) : "어머니가 운동하고 들어오시는 걸 보고 박모 군이 뒤에서 양팔을 끓어 안고, 그리고 전모 군이 비닐 랩으로 얼굴 전체를 덮어서 질식시켜 사망하게 한 것입니다."

유 씨가 숨지자 아들 이 씨는 이들에게 1억 3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자칫 영원히 묻힐 뻔한 이 사건.

그러나 1년여만에 충격적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5월, 당시 유 씨의 시신을 검안한 의사는 지병인 당뇨병을 사망 원인으로 내놨습니다.

아들 이 씨가 평소 당뇨를 앓던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돌아가신 것처럼 꾸민 것이었는데요.

이 씨의 파렴치한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주변 지인들에게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헛소문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사망한 유씨 동네 이웃 : "아들이 직접 여기를 와서 (어머니가) 떡을 먹고 돌아가셨다 그러더라고."

<인터뷰> 사망한 유모씨의 지인 : "찹쌀떡이 식탁에 있었다고 그러더라고. 찹쌀떡 먹다가 어떻게 죽었나 했지..."

게다가 지난 5월에는 태연히 어머니 제사까지 치뤘습니다.

어머니가 숨진 뒤, 아들 이 씨는 어머니의 부동산과 보험금을 포함해 유산 20억 원을 상속받았습니다.

<인터뷰> 사망한 유씨 지인(부동산 업자) : "돌아가시고 나서 바로 이거 매매하겠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이 땅이..."

<인터뷰> 사망한 유씨 동네 부동산 업자 : "(아들이) 아, 재산이 뭐 찾아보니까 많이 있더라. 근데 더 있는지 찾아볼 수 있는 변호사 없느냐 해서 그래서 (제가) 변호사 사무실을 가르쳐 줬죠. 재산 찾는 변호사."

상속받은 돈으로 경기도 광주에 5억원 상당의 전원주택도 구입했는데요.

<인터뷰> 아들 이모씨 이웃 : "젊은 사람이 어떻게 이런 집을 사냐 내가 그랬더니 상속 받아서 사는 거라고. 당연히 상속 받은 거 다 알죠. 이동네 사람들은."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경마에 손을 댔던 이씨는 3개월 만에 15억 5천만 원을 탕진했습니다.

어머니가 한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전재산이었는데요.

<인터뷰> 아들 이씨 전직 회사 동료 : "옛날에 자기 말로는 무슨 마사회인가 거기 좀 근무했었다 옛날에 들었거든요. 아는 사람도 좀 있고 놀이삼아 경마장도 좀 왔다갔다 하고 그런 얘기는 들은적 있었고, 경마에 그런 건 몰랐죠."

이렇게 하마터면 완전범죄로 묻힐 뻔 했던 이번 사건!

유 씨 죽음의 전모가 드러난 건, 갑작스럽게 사망한 유 씨의 죽음을 수상히 여긴 지인들의 제보 전화 때문이었습니다.

<인터뷰> 사망한 유씨가 다녔던 교회 지인 : "우리하고 같이 제주도도 갔다 오시고 아주 그 몸은 가냘프고 당도 있으시지만 관리 잘하셔서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실 분은 아니예요."

<인터뷰> 사망한 유씨의 교회 지인 : "어느 날 그렇게 죽었다는 소리 듣고 (장례식장에) 쫓아가니까, (아들이) 슬픈 기색이 없더라고."

어머니가 숨진 뒤 시신을 곧바로 화장해버린 아들 이씨.

평소 이들 모자 사이에 돈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사실을 알고 있었던 지인들은 더더욱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범행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사망한 유씨의 동네 이웃 땅 사네 집 사네 하면서 돈 달라고 한다고 노인회장(사망한 유씨)이 그런 얘기는 내가 좀 들었지. 속상해 죽겠다고 하면서.

젊은 나이에 남편과 헤어진 뒤 고물 장사와 배추장사 등을 하며 악착같이 재산을 모았다는 유 씨...

<인터뷰> 사망한 유씨의 지인 : "고생은 많이 하신 분이죠. 소문에 옛날에 배추장사 하면서 배추를 못먹고 뜯어진 거 그걸로 먹고 살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굉장히 억척스럽게..."

전 남편과의 슬하에 낳은 2자녀를 모두 병으로 잃고 지난 35년간, 피 한방울 안 섞인 아들을 서울의 유명 대학까지 보내며 성심성의껏 키워온 모정의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는데요.

<인터뷰> 사망한 유씨가 다녔던 교회 지인 : "(아들) 장가가서 애 낳았다고 그러고, 어떻게 며느리 잘 봤네~ 그렇게 자랑 했지. 대학 까지 뒷바라지 해주고 집 사줬어. 장가가면서."

경찰에 붙잡힌 아들 이 씨 역시, 어머니가 자신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모르지는 않는 듯 했습니다.

<인터뷰> 피의자(아들 이씨) : "한 번도 업둥이라는 거 내색 안하셨어요. 다른 집 자식보다 잘해주셨고.. 인자하신 분이셨습니다 저에게 만큼은."

이 씨는 진짜 어머니를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며 후회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피의자(아들 이씨) : "내가 잠시나마 미쳤구나, 내가 미쳤지 하면서 막았습니다. 그것을 막았는데......(청부업자가) 하는 말이 “당신은 나한테 발목 잡혔다.” 그 사람들은 저를 가지고 계속 협박을 해서 계속 끌려 다녔고요."

돈에 눈이 멀어 하늘보다 높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아들!

경찰은 아들 이씨에게 청부 살인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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