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빠 회사서 과외해요”…성적 ‘쑥쑥’

입력 2009.09.02 (09:09)

<앵커 멘트>

서울에 있는 본사에서 근무하다가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죠?

그래서 결국 아버지 혼자 내려가기도 하죠.

박석호 기자, 그런데 요즘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회사들이 있다고 해요?

<리포트>

네, 학생들이 학원 대신 아버지 회사에 가서 공부를 합니다.

또 사택 단지 안에 교육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자녀 교육까지 책임져주는 회사, 함께 보시죠.

울산에 사는 중학교 1학년 배태양 군이 책가방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현장음> "갔다 올게. (응, 아들 갔다 와)"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는 곳, 학원이 아닙니다.

<인터뷰> 배태양(중학교 1년) : "아버지 회사에 영어 배우러 가요."

아버지 회사에 도착하니 기다리는 것은 사원 자녀를 위한 무료 영어 캠프입니다.

<현장음> "빙고 게임 하자. 9칸 빙고로 할거야."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자유로운 학습 분위기가 대형 영어 학원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들이 모두 같은 회사 동료다보니 학생들의 유대감은 각별합니다.

<인터뷰> 손지원(중학교 1년) : "수업 중간 중간에 게임을 같이해서 재미있어요."

<인터뷰> 박재연(중학교 1년) : "학원에서는 그냥 단어 외우고 시험 보는데 여기서는 놀면서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영어를 배워서 어디에 쓸까요?

아버지 회사를 위해 영어 광고를 만들어보겠다고 합니다.

<현장음> "바캉스 가자. 출발!"

학생들은 영어를 배우고, 아버지들은 사교육비를 줄이고, 회사는 사원 가족들의 애사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 이관규(영어교사) :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자신감도 키우고 영어에 대한 즐거움을 좀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현장음> "얼마예요? (2달러예요.) 좀 깎아주세요. (안 돼요. 2달러예요)"

회사가 이렇게 자녀교육에 신경을 써주니, 굳이 교통 복잡하고 물가 비싼 서울에서 살 필요가 없겠죠.

<인터뷰> 오종환(교육팀장) : "지방에서는 아직까지 (교육) 시설이나 기회가 적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직원 자녀들에게 영어에 대해서 새롭게 체험을 (하게) 하고 자신감도 불러일으켜 주고 지방에 있는 부모님들의 사교육비를 절감시켜 드리기 위해서 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충남에 있는 한 사원 아파트 단지입니다.

단지 안에 있는 최신식 3층 건물, 그 안에는 200석을 갖춘 독서실은 물론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컴퓨터실에 신문을 볼 수 있는 열람실까지, 공부에 필요한 건 다 있습니다.

<인터뷰> 홍혜지(중학교 2년) : "집에서는 집중이 잘 안 되는데 여기는 조용하고 시원하니까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고 집이랑 가까워서 엄마, 아빠도 걱정을 안 하세요."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게 있을 때는 누구에게 물어볼까요?

<현장음> "이 문제 잘 모르겠어요. 너 수학 잘하잖아."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은 바로 아버지의 회사 동료입니다.

석박사 출신의 젊은 사원들이 회사 선후배의 자녀들을 위해 돌아가며 자원봉사를 하는 겁니다.

<인터뷰> 이상우(고등학교 1년) : "학원에서는 그냥 진도만 가르쳐주고 끝나는 식이라서 답답했는데 여기 와서 공부하니까 모르는 것 있으면 자유롭게 물어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회사 선후배의 자녀들이니까 관심을 갖게 되고, 학생들 역시 이런 선생님과 접촉하면서 아버지의 회사 생활을 이해하는 계기를 찾기도 합니다.

<인터뷰> 이진우(상담 교사) : "아무래도 서산이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서울에 있는 것보다는 교육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있겠지만 (이런 교육으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안전과 면학 분위기를 책임지는 규율부장은 바로 어머니들입니다.

<인터뷰> 이현희(어머니 운영위원) : "우리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는 것처럼 각자 아이들을 제 자녀처럼 돌보기 위해서 돌아가면서 나와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설이 사택 아파트 단지 안에 있으니 부모님들은 마음이 편합니다.

중학교 2학년인 이창중 군은 덕분에 다니던 학원을 모두 끊었습니다.

<인터뷰> 이창중(중학교 2년) : "독서실에 선생님이 계셔서 모르는 것도 질문할 수 있으니까 학원에 가서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성적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이희승(이창중 군 아버지) : "그동안 학원 세 군데 다니면서도 성적이 쑥쑥 오르고 이런 것이 없었는데 이번에 인터넷 강의를 듣고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나서 그때 마침 시험이 있었어요. 2학기 (대비) 시험에서 성적이 상당히 많이 올라갔습니다."

사원들의 자녀 교육을 책임져 주는 회사. 사교육 부담 속에서 사원복지 제도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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