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중풍 父 정신병원 감금…재산 ‘꿀꺽’

입력 2009.09.04 (09:11)

<앵커 멘트>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하고 정신병원에 가뒀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섭니다.

최서희 기자!

돈을 빼앗은 뒤에는 시골 요양병원에 버리기까지 했다고요?

<리포트>

네. 정말 부자 사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돕니다.

예순 여덟 살인 아버지는, 돈 문제로 아들의 폭행과 협박에 시달렸는데요.

몇해 전 아들을 피해 숨어지내며 중풍을 치료받아 왔지만 결국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내 정신병원에 가두고 재산을 가로챘습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봤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들에게 납치된 아버지!

<녹취> 김모씨(존속 폭행-감금 피해자) : "무조건 들어오더니 어디 가냐고 하니까 가보면 아는데 뭘 물어보냐고..."

중풍에 걸린 아버지는 영문도 모른채 그렇게 정신병원에 감금됐는데요.

<녹취> 김신태(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과) : "설사약을 먹여서 대변을 보게 해놓고 병원으로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사라진 아버지의 유산 5억 원!

<녹취> 김모씨(존속 폭행-감금 피의자) : "저희 아이들에게 외국인 할머니가 생기는 게 싫었습니다."

과연 아버지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8년 전 중풍에 걸린 68살 김 모씨는 지난 2007년 아내와 이혼한 뒤, 전세 아파트를 얻어 혼자 살아왔는데요.

돈 문제로 갈등을 빚던 큰 아들의 폭행과 협박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중풍을 앓던 김 씨는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을 했는데요.

<녹취> 김씨 前 간병인 : "같이 여생을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어야 되는데 한국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다 이거야."

캄보디아 여자나 어려운 나라에서 여자 데리고 오면 자신의 재산을, 본인이 죽으면 자기가 주겠다는 생각에 한번 가보자고 하더라고.

하지만 몇 달 뒤, 김 씨의 결혼 사실을 안 큰 아들이 찾아오면서 김 씨의 불행은 시작됐습니다.

<녹취> 김모씨(존속 폭행-감금 피해자) : "새벽에 우리 아들하고, 건장한 남자 3~4명이 들어오더니 어디 가냐고 하니까 가보면 아는데 뭘 물어보냐고 하면서 (끌고 갔어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김 씨가 끌려간 곳은 다름 아닌 정신병원!

아들은 아버지의 결혼을 일방적으로 파혼시킨 뒤 그 곳에 감금했는데요.

<녹취> 정신병원 관계자 : "성격이 많이 괴팍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판단을 하고 이런 일이 있어가지고...(큰아들) 동의하에 입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정신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김 씨를 돌봤던 간병인 이 씨는 김 씨가 중풍으로 몸이 불편하긴 했지만 정신병원에 옮겨질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김씨 前 간병인 : "아무 이상 없었어요. 이상이 없었고, 참 잘 지내고 있었고, 건강 상태도 되게 좋고..."

멀쩡한 아버지를 강제로 정신병원에 감금한 아들. 아버지는 계속해서 퇴원시켜 줄 것을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 당했는데요.

<녹취> 김모씨(존속 폭행-감금 피해자) : "(정신병원에서 아버지 병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던가요?) 아무 말도 안해요. 말도 안하고요. 큰아들, 아들 말만 들어야 되니까요. 무조건 아들 말만 들으려고 해요."

다행히 석 달 뒤 아버지 형제들의 항의로 정신병원을 나오게 됐지만,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폭행이 또다시 시작된 겁니다.

<녹취> 김모씨(존속 폭행-감금 피해자) : "꼼짝 못하게 감금시키고요. 나를 폭행하고요. 2~3일에 한 번씩 때렸어요. (폭력은 어떤 식으로 했어요?) 긴 막대기로...발로 차고...주먹으로 때리고요."

아버지를 이토록 괴롭힌 이유는 바로 재산 때문!

아들 김 씨는 급기야 지난해 10월엔 아버지를 둔기로 폭행한 뒤 강제로 은행에 끌고 가 아버지의 예금 통장에 있던 2억 원을 빼앗았습니다.

<녹취> 김씨 前 간병인 : "왜 (예금을) 해약했냐고 하니까 큰 아들이 자기를 때리더래요. 무조건 해약을 해라 무조건.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기가 살기 위해서 했다 이러더라고요."

그렇게 아버지의 돈을 뺏은 뒤에도 아들의 파렴치한 행동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중풍에 걸린 아버지에게 설사약을 먹인 뒤 아버지가 실수를 하자 시골의 한 요양병원으로 데려가 버린 겁니다.

결국 아버지는 과거 자신을 돌봐줬던 간병인 이 씨에게 도움을 요청해 겨우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간병인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 2일,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고 폭행해 전 재산을 빼앗은 아들을 검거했습니다.

<녹취> 김신태(대구 수성경찰서 형사과) : "아버지를 한정치산자를 만들면 아버지 재산을 자기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를 한정치산자로 만들기 위해서 정신병원에 넣어 놓았는데...(결국엔 안됐죠.)"

혼자서는 재산 처분 등 법률 행위를 할 수 없는 한정 치산자로 만들기 위해 아버지를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킨 뒤 아들이 갈취한 돈은 모두 5억 5천만 원!

<녹취> 경찰 : "(아버지를 한정치산자로 만들기 위해 어떻게 했습니까?"

<녹취> 김모씨(존속 폭행-감금 피의자) : "병원에 입원시키고 진단서를 발부 받았습니다."

<녹취> 경찰 : "비용은 얼마 줬나요?"

<녹취> 김모씨(피의자) : "비용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아들은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을 노리고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가둔 혐의는 부인하고 있는데요.

전 재산을 아들에게 빼앗긴 아버지.

지금 한 요양병원에서 지내고 있지만 당장 이번 달 병원비도 못 내고 있는 처지입니다.

<녹취> 김모씨(존속 폭행-감금 피의자) : "(아들한테 무슨 말 하고 싶어요?) 돈 달라고 하려고요. 돈 받아야 내가 살지 돈 없으면 내가 죽잖아요. 그게 자식인가 자식도 아니지."

아버지의 유산을 노려 멀쩡한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돈을 빼앗은 비정한 아들.

경찰은 아들 김 씨를 존속 강금과 강도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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