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고민스러운 물가 관리

입력 2009.09.11 (07:09)

수정 2009.09.11 (07:53)

<정필모 해설위원>

요즘 시장 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이 적지 않습니다.

생활물가의 오름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료품 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평균 10% 가까이 올랐습니다.

여기에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전세 값과 미국 다음으로 비싼 대학등록금, 그리고 경쟁적으로 지출되는 사교육비 등을 감안하면 서민 가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로 안정돼 있다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당국의 고민은 현 시점에서 물가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경기 회복 움직임과 잠재적 불안 요인이 혼재되면서 그만큼 정책 효과의 상호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당장 한국은행이 7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선택이 쉽지 않은 고민을 반영한 것입니다.

국제 원자재 값 상승도 물가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원자재 값 상승은 달러 가치가 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데다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요마저 늘어난 탓입니다.

물론 달러 약세는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를 높여서 수입 물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파른 원자재 값 상승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때마침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안정대책을 내놨습니다.

핵심 내용은 가격 상승 가능성이 큰 품목의 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성수품의 공급을 평소보다 크게 늘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미시적 대책만으로 물가 오름세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물가 상승의 근본 원인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면서 생긴 과잉 유동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역시 근본 대책은 위기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것입니다.

물론 돈줄을 조이기 위한 금리 인상은 여전히 금융 불안 요인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경기 회복 속도와 다른 나라의 금리 인상 여부 등 고려할 요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금융완화 강도가 경제여건에 비해 상당히 강하다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바로 그런 고민의 일단을 내비친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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