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북미 대화와 비핵화

입력 2009.09.15 (07:17)

수정 2009.09.15 (14:06)

[안영섭 객원 해설위원]


미국이 북한과 조만간 직접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북미 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특히 한반도 비핵화에 어떤 진전이 일어날지 주목됩니다.

북미 대화의 필요성은 미국보다 북한이 더 절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금 국내외적으로 산적한 문제들 때문에 깊은 고민과 초조감에 빠져 있습니다. 최근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 관련 발표도 김 위원장의 고민을 반영하는 또 하나의 벼랑 끝 전술로 풀이됩니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북한은 과거 부시 정부와는 달리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통해 상당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판이었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핵무기 감축과 비확산 원칙에 타협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핵 문제에 관한한 오마바 정부나 과거 부시 정부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그동안 충분히 학습하게 된 셈입니다.

이 외에도 북한은 지금 여러 중대 난제들에 봉착해 있습니다. 수많은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는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도 통치에 적잖은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후계 구도도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지 않습니다.

다른 주요 대외 관계도 불편합니다. 가장 중요한 우방인 중국은 경제 침체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회 안정을 위해 연간 최소 8퍼센트 성장이 필요하지만 올해 성장은 5퍼센트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을 지원할 여력이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또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무기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금 통로도 꽉 막혀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북미 관계에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남북 관계에서 북한이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북한의 이런 난제들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향후 북미 관계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명분과 실리를 확보하면서 핵무기 폐기 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약속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미 협상에서 얻어진 결과들이 6자 회담을 통해 추인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북미 관계의 최근 변화는 우리 정부의 정책 결정을 위한 중요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려 깊은 대북정책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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