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리먼 사태’ 1년의 교훈

입력 2009.09.16 (07:11)

수정 2009.09.16 (10:27)

[정필모 해설위원]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바닥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던 세계 경제는 이제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력하고도 신속한 금융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 덕분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가장 평가할 만한 것은 성장률이 예상보다 빨리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교역 규모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수출 주도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고용과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것이 문젭니다. 경기의 지속적인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이 투자에 미온적이고 고용도 늘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정 적자를 메우는 일도 회피할 수 없는 과젭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적자 재정 운용이 불가피했지만, 올해 말까지 36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나라 빚을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가 대대적인 증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출 면에서도 낭비 요소를 최대한 줄여서 재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재정건전성은 위기상황에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입니다.

가계 부채를 줄이고 부동산 거품을 거둬내는 일도 시급합니다. 이것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정책의 충돌 가능성으로 인해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자산시장의 거품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도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외화유동성 부족에 대비한 안전장치도 더 확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전면적인 개방의 결과로 항시적인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습니다. 지난 위기 과정에서 2천억 달러가 훨씬 넘는 외환보유고에도 불구하고 외화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더 늘려야 합니다. 아울러 국제공조를 통해 역내 통화기금 설립을 구체화하고 투기자금의 유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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