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가 ‘성공의 힘’

입력 2009.09.23 (22:05)

<앵커 멘트>

일본에는 작은 너트하나 만드는데 평생을 바치는 장인들이 많다고 합니다.

바로 소재산업 강국의 토대라는데요, 박영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릴 때부터 기차를 좋아했다는 70살의 와카바야시 사장, 기관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은 대신에 35년간 철로용 너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신칸센 열차가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지나가면 철로에는 강한 진동이 생깁니다.



진동이 계속되면 일반 너트는 점차 풀리게 되지만 와카바야시 사장이 만든 풀림 방지 너트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인터뷰> 와카바야시 가즈히코(사장) : "좋은 제품을 제공하면 고객들이 기뻐하고, 고객들이 기뻐하는 제품은 다시 세상에서 다른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70평생 너트만 만들어 온 와카바야시 사장의 이런 생각을 일본인들은 모노츠쿠리 정신, 즉 장인정신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이 전자재료 분야에서만 100조 원이 넘는 소재산업을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런 국민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즈미야(산업타임즈 편집국장) : "국민성이라는 견지에서 (한국은) 20년, 30년간 인내해야 하는 산업과 맞지 않는 다는 것이 (소재산업을 키우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700개의 똑같은 실험장비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이 실험실에서는 열과 힘을 받으면 금속이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이 실험장비에는 1969년에 금속을 집어넣고 400도의 열을 가하면서 40년째 금속의 변형을 계속 관찰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은 적어도 10년, 길게는 20~30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정부나 기업 모두 '빨리빨리'라는 말처럼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조립산업 분야에만 힘을 써왔습니다.

소재는 사다 쓰면 된다는 생각이었지만, 문제는 이제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김종희(전 대기업 임원) : "일본에 새로 개발된 소재를 쓰기 위해서 저희가 구매를 냅니다. 구매를 내면 저희에게 공급하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결국, 가장 기본인 소재산업을 키우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산업 발전도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KBS 뉴스 박영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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