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1,900억 횡령 건설사 간부 구속

입력 2009.10.07 (23:30)

<앵커 멘트>

법정 관리 중인 대형 건설사의 공금 천9백억 원을 빼돌린 건설사 전 자금부장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빼돌린 돈은 대부분 도박으로 탕진했다고 합니다.

사회팀 이효연 기자 나왔습니다.

이 기자! (네)

<질문> 천9백억 원이라는 이 엄청난 돈을 어떻게 빼돌릴 수 있었던 겁니까?

<답변> 돈을 빼돌린 인물은 건설사의 자금 담당 부장이었습니다.

회사의 자금 흐름 과정을 훤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 회사가 파산과 법정 관리를 거치는 과정에서 얼마나 회사 공금이 허술하게 관리됐는지 그 허점을 너무나도 잘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자금 담당이었던 48살 박 모씨가 가장 손쉽게 빼돌린 뭉칫돈은 '미확정 채무'였습니다.

'미확정 채무'는 누구에게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소송에서 판결이 날 때까지 은행에 맡겨두는 돈입니다.

이 건설사는 채권자에게 갚을 돈 천5백여억 원을 한 시중은행에 맡겼고 박 씨는 채권자가 확정됐다는 관련 서류를 위조해서 898억 원을 빼냈습니다. 수사책임자의 설명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허경렬(서울 광진경찰서장) : "비교적 관리가 허술하고 마음대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위 계좌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입니다."

'미확인 채권'을 철저한 확인 절차 없이 계좌에서 돈을 빼준 은행에 과실이 있는지, 아니면 건설사에 책임이 있는지는 은행과 건설사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탭니다.

<질문>나머지 천억 원이 넘는 돈은 또 어떤 방법으로 빼돌린 겁니까?

<답변> 나머지 돈을 횡령하는 데에는 공범이 있었습니다.

건설사가 건물을 짓는 등 공사를 할 때는 하자보수보증금 명목으로 은행 일정 금액을 예치하고 있습니다.

하자보수보증금은 다른 용도로는 인출할 수 없게 돼있습니다. 그러나 박 씨는 은행 직원과 짜고 거짓 서류를 만든 뒤 전산에는 입력하지 않는 수법으로 477억 원을 꺼내갔습니다.

한 계좌당 20억에서 30억 원씩, 모두 24개 계좌에 예치됐던 이 돈도 박 씨에게는 자신의 돈처럼 자유롭게 인출이 가능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사 부하직원과 짜고 예금청구서에 법인 인감을 미리 찍어두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 계좌에서 523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질문> 이렇게 빼돌린 돈은 도대체 어떻게 사용한 겁니까?

<답변> 주로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날렸습니다.

특히 사기 도박꾼들에게 걸려서 이틀 새 52억 원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박 씨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박○○씨(피의자-음성변조) : "(강원랜드에서) 주말 이틀 동안 20억~30억 원씩 썼습니다." 박 씨는 경마와 사설 카지노, 포커 도박은 물론이고 강원랜드와 마카오 카지노까지 도박에 빠져 지냈습니다.

또 외제 승용차를 구입하고 고급 빌라와 별장을 사는가 하면 내연녀와 함께 살 주택까지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그러다 횡령사실이 드러나 3개월 동안 숨어지내다가 지난 2일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박 씨 잠적 이후 이 건설사 직원들은 휴가비를 모아 현상금 3억 원을 걸고 박 씨를 직접 잡으러 나서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박 씨와 함께 이 건설사 직원, 그리고 은행 직원 등 모두 4명을 구속했습니다.

특히 이 건설사의 '미확정 채무'를 예치해뒀던 시중 은행의 직원들이 박 씨 횡령에 공모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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