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입력 2009.10.0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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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장진 감독 특유의 유머와 풍자가 묻어나는 정치 코미디다. 영화제 측은 작년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이 다소 어두운 내용이었던 점을 의식한 듯 올해에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는 머뭇거리는 짝사랑의 설레임(아는 여자), 조직폭력배 세계의 복수와 배신(거룩한 계보)을 유머 코드로 비벼낸 장진 감독의 전작들과 닮은꼴이다.
보통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이른 바 권력을 가진 인물들로까지 확대했다는 점이 차이다.
영화는 퇴임을 앞두고 복권에 당첨된 대통령 김정호(이순재)와 외교적 수완이 뛰어난데다 훈남인 대통령 차지욱(장동건), 최초의 여성 대통령 한경자(고두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은 권력자의 내적 갈등이다.
김정호는 재임 기간에 복권에 당첨되면 기부하겠다는 약속이 걸림돌이고, 차지욱은 지지율 상승을 위해 신장기증을 놓고 번민한다. 한경자는 철없는 남편 때문에 늘 속앓이다.
영화는 이 같은 위기 혹은 기회를 권력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거침없이 보여준다. 겉으로는 거대하고, 통 큰 통치자의 결단인 듯 보이나, 그러한 통치자의 결정은 소소하고, 심지어 어리석기도 한 인간적인 면에 크게 기대고 있다고 강조하는 듯 보인다.
언뜻 단순하기도 한 이 같은 주제를 포장하는 감독의 솜씨는 뛰어나다. 그리고 그 중심은 '장진스러운' 유머와 위트다.
'100분 토론'을 '120분 토론'으로 패러디한다거나 추측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가볍게 질타하는 장면을 비롯해 특정 상황을 두 번씩 비트는 장진식 위트가 웃음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튀지 않는 연기도 영화에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이순재, 고두심 등 주연 배우뿐 아니라, 장진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조연급 연기자들의 코믹 연기가 몇몇 장면에서 큰 웃음을 준다.
4년 만에 복귀한 장동건의 연기도 녹슬지 않았다. 김정호 대통령과의 회동 장면에서 다소 억지스런 연기를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차지욱이라는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이야기가 다소 길고, 장진식 위트도 시간이 흐르면서 '약발'이 다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130분의 상영시간은 조금 길다.
전체관람가.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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