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월 비결은 ‘환율·수출 다변화’

입력 2009.10.21 (06:23)

한국이 올 상반기 상품수지 흑자 규모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른 것은 환율 효과와 더불어 수출 대상국과 품목이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기업들이 자동차와 전자산업 그리고 선진국 중심으로 한 수출에 안주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정보통신기기, 개발도상국으로 영역을 넓혀 상품 수출 리스크 관리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보다 상품수지에서 흑자가 더 많아진 데는 원화 환율 하락과 엔고에 힘입은 바도 크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일본보다 좋아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 한국 상품수지 흑자..일본의 3배
2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이 올 상반기에 일본보다 무려 3배나 많은 상품수지 흑자를 낸 것은 환율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큰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상품수지는 자동차 등 상품 수출입 거래에 따른 대금으로 한국과 일본처럼 수출 지향적 제조업 국가인 경우 가장 중요한 경상수지 지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 규모가 4배 이상인 일본과의 경쟁에서 상품 수지 흑자 규모를 따라잡거나 근접해본 적도 없다. 그만큼 일본의 제조업이 고급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탄하고 수출선도 안정된 반면 한국은 중저가 제품 위주로 싼값에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만 수출하다 보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일례로 한국은 상품수지가 1985년 2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반면 일본은 542억8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같은 흐름을 바뀌지 않았다. 2000년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는 169억 달러, 일본은 1천165억 달러였으며 지난해에도 한국은 59억 달러, 일본은 375억 달러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선진국 시장이 위축되고 자동차 수출이 급감했다. 그 결과 일본은 올 상반기에 상품수지 흑자가 91억 달러에 그친 반면 한국은 다양한 품목과 개도국 시장, 환율 효과 등이 겹치면서 266억 달러의 흑자를 냈다.

◇ 한국, 수출 시장.품목 확대 효력
이번 세계 경기 침체 속에 한국의 상품 수출이 그나마 선방한 것은 환율 효과와 더불어 수출 시장을 개도국까지 지속적으로 다변화하고 수출 품목의 편중 현상도 없애는 데 노력해온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수출 품목 가운데 선박만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뿐 가전,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이 골고루 수출 물량을 점유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의 경우도 한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되 러시아,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우크라이나 등으로 다변화해 선진국 시장 침체 따른 타격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도록 재편돼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 1995년 이후 수출 상위 10개국의 비중을 축소하는 데 주력해 1995년 69.1%에 이르던 것이 지난해 59.7%까지 떨어졌다. 수출 상위 10개국도 멕시코,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매년 새로운 국가로 바뀔 정도다.
반면 일본의 경우 수출 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돼 이번 세계 경제 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의 10대 수출국은 미국, 중국, 한국, 대만, 홍콩, 태국, 싱가포르, 독일, 네덜란드, 호주 순으로 최근 3~4년 순위 변동이 거의 없어 한국과 대조적이다.
일본의 수출 품목도 매우 집중돼 있다. 전체 수출 품목 중에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6%에 달하며 기계와 전기기기가 각각 18%씩이라 이들 세 가지 품목만 합해도 무려 52%에 달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환율 효과에다 수출 대상국과 품목이 다변화돼 있어 그나마 경제 위기 속에 견뎠지만 일본은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수출이 몰려 있고 주된 시장인 선진국마저 침체해 상품 수지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상품수지 일본 추월 지속 불투명
올해 상반기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감안할 때 올해 한국이 일본을 무난히 추월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도 지속할지는 불투명하다.
한국의 상품 수지 흑자 증가는 수출선 다변화 외에 환율 하락도 한몫했는데 최근 원화 강세에 따라 환율 효과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번에 한국이 상품수지 흑자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은 일시적인 현상 같다"면서 "최근 원화 가치가 회복되고 있어 환율 효과가 점차 줄어들 것이며 한국의 경우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됨에 따라 수입이 늘어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한국은 신흥국에 수출이 많고 대기업 중심으로 품질이 개선된 측면도 있다"면서 "향후 한국의 상품 수지는 수입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엔화 강세 추세를 볼 때 한국의 환율 효과는 계속될 수 있으며 세계경기 침체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못하면 일본의 상품수지 개선 폭이 둔화돼 한국이 상품수지 흑자 규모에서 일본을 계속 앞지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상품 수지 흑자 규모는 한국의 경우 수입 증가액, 일본은 수출 증가액에 달려있다"면서 "상반기까지 상품수지 흑자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것은 일시적인 동시에 구조적인 면도 있기에 좀 더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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