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 마지막 무대 ‘은빛 아쉬움’

입력 2009.10.25 (16:51)

수정 2009.10.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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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회 전국체육대회 테니스 남자 일반부 단체전 결승이 열린 25일 대전 충남대 문화테니스장.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 등 화려한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감탄사가 터지면서 박수가 쏟아졌다. 볼보이가 없어 선수가 직접 공을 주우러 다니자 "세계적 스타가 뛰는 경기인데 부끄럽다. 동호인 대회에서도 결승전에는 볼보이를 두는데"라며 혀를 끌끌 차는 소리도 들렸다.
이 모두가 현역 은퇴를 앞둔 테니스 스타 이형택(33.삼성증권) 때문에 나온 반응들이었다.
이형택이 마지막 전국체전을 뛰었다.
부산 대표 이형택은 2단식 1복식으로 진행되는 남자 일반부 단체전 결승에서 첫 번째 단식에 출전해 경기 대표 김영준(고양시청)을 세트스코어 2(6-3 3-6 6-1)1로 꺾었다.
하지만 부산 김선용(삼성증권)이 두 번째 단식에서 경기 유나디엘(성남시체육회)에게 패했다.
결국 이형택은 김성용과 짝을 이뤄 복식까지 나서야 했다. 부산은 다시 세트스코어 0-2로 무너져 1승2패가 됐다. 역전패였다. 부산으로서는, 특히 이형택으로서는 아쉬운 은메달이었다.
2000년 US오픈 남자단식 16강에 오른 이후 거의 10년간 한국 테니스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형택에게 전국체전 출전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형택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바로 서울로 올라가 26일부터 시작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삼성증권배 챌린저대회 본선에 참가하고, 대회 마지막 날인 11월1일 공식 은퇴식을 갖는다.
이후 11월2일부터 본선이 열리는 벼룩시장배 챌린저대회를 끝으로 현역 생활을 접는다.
이형택은 이번 전국체전에서 복식에만 나설 계획이었다.
지난해 6월 윔블던을 앞두고 다친 무릎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데다 지난달 문을 연 `이형택아카데미'를 돌보느라 출전을 준비할 시간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회 직전 단식 멤버였던 팀 후배 임규태가 허리를 심하게 다쳐 어쩔 수 없이 이형택이 단식까지 나서야 했다.
이형택은 이번 대회 8강부터 세 경기에서 모두 첫 번째 단식에 나서 승리했다. 8강과 결승에서는 1승1패로 맞선 뒤 복식까지 출전했다.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참고 코트 위에 섰다.
이형택은 경기를 마치고 나서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나왔는데 의외로 결승까지 올랐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어 은퇴를 앞둔 심경도 전했다.
"내가 은퇴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계속 뛸 수 있을 줄 알았다"는 그는 "아쉽기도 하지만 할만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도자로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데 빨리 선택하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된다. 아쉽지만 또 다른 시작이 있어 설레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카데미에서 우리 나이 스물 다섯의 국가대표 출신 안재성(한솔오크밸리)을 가르치면서는 벌써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8강 단식에서 이형택과 맞붙었던 안재성은 이형택아카데미에서 훈련해 왔다.
이형택은 "국가대표까지 한 재능있는 선수인데 최근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아직 나이도 어려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훈련하며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재미를 찾는 것 같고, 나도 가르치면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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