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2,000억대 사설 도박조직 적발

<앵커 멘트>

사설 경마,경정 조직 3개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 조직에 흘러들어간 판돈이 1년 3개월 사이에 2000억 원이 넘었습니다.

범기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범 기자, 2000억이면 상당한 규모인데 어떻게 움직인 겁니까.

<답변> 게임 참가자들이 낸 판돈이 1100억, 사설 경마경정 조직에서 참가자들에게 내준 돈이 900억입니다.

이걸 합친 게 2000억이고요. 방법은 이렇습니다.

게임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은 미리 사설 경주 조직에 많게는 수천만 원씩 돈을 보냅니다.

경마장이나 경정장에서는 돈을 걸고 순위를 알아맞히는 형태로 게임을 하지 않습니까.

이미 송금한 한도 안에서 게임에 돈을 거는 겁니다.

이때 사설 경주 조직은 수수료를 떼는데 판돈이 워낙 크다보니 이들이 챙긴 수수료만 1년 3개월 사이에 1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질문> 이런 방식이 경정에만 있는 게 아니겠죠?

<답변> 물론입니다.

사설 경주 조직은 경주가 열리는 날짜에 따라 자리를 옮기면서 도박영업을 했습니다.

경마는 매주 금토일요일에 경주가 있고 경정은 수요일과 목요일에만 경기가 열립니다.

사설 도박 조직은 경마와 경정장을 오가면서 활동했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판돈 규모는 사설 경마 쪽이 경정보다 4배 정도 많을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경륜, 그러니까 자전거 경주에는 사설 도박 행위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경륜 경기가 경마와 똑같이 금토일에 열리기 때문에 조직이 개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질문> 사설 경마나 경정, 불법인 게 분명한데 계속되는 이유는 뭡니까.

<답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도박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분명한 현실이죠.

사설 경마나 경정이 바로 그런 욕구를 효과적으로 풀어주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습니다.

경마, 경정, 경륜에는 모두 돈을 걸 수 있습니다.

순위를 알아맞히면 비율에 따라 배당금을 주는 거죠.

이때 거는 돈에는 상한선이 있습니다.

경정은 한 번에 10만 원까지만 걸 수 있는 식입니다.

그런데 한방을 노리는 사람들은 한 번에 거는 돈이 더 많았으면 하겠죠.

한도액 없이 얼마든지 돈을 걸게 하는 사설 경주가 도박 심리를 풀어주는 겁니다.

<질문> 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마사회로 들어가야 할 돈을 사설 경주 조직이 가로채는 건데 세금이나 기금에도 문제가 생기겠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배팅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개인이 돈을 많이 잃는 게 문제라면 사회적으로는 세금이나 기금 수입에도 손실이 생긴다는 게 문제입니다.

경주 배당금 같은 불로소득에는 세금을 많이 매깁니다.

액수에 따라 다릅니다만 3분의 1 정도는 국고로 들어간다고 보면 됩니다.

사설 조직에서 운영하는 게임에서는 이런 세금이 없는 거죠.

사설 경주 조직은 세금을 내지 않는 점을 이용해서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들은 경주 결과가 빗나가도 건 돈의 20%는 참가자들에게 돌려줬습니다.

합법적인 경주에서 세금으로 떼는 액수만큼입니다.

물론 경주 결과를 맞힌 경우에는 배당금 전액을 줬습니다.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서로 이익을 챙기는 사이에 세금은 수백억 원이 증발한 셈입니다.

<질문> 대책은 없습니까.

<답변> 오늘 경찰은 3개 조직을 적발해서 5명을 구속했고 62명은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물론 3개 조직이 다가 아니겠죠. 활동하는 조직은 훨씬 많을 거라는 게 경찰 판단입니다.

단속을 강화한다고는 하는데 그게 쉽지많은 않아 보입니다.

경정장에서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실무 책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현재천(국민체육진흥공단 공정실장) : "지금은 전주가 모두 갈라져 있어요. 한사람 한사람이 운영하고 있어서 추격하는 것도 힘들고..."

예전에는 사설 경주 조직이 큰 사무실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사무실을 빌려서 큰 화면으로 경기를 중계하면 사람들이 모여서 돈을 거는 식이죠.

그런데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구하기가 점점 수월해지면서 이제는 전화로 배팅 주문을 받는 등 점조직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