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통된 ‘대형 라이터’ 위력은?

입력 2009.11.30 (20:46)

<앵커멘트>

'왕 라이터'라고 들어보셨나요?

일반 일회용 라이터보다 가스 용량이 5배나 큰 대형 라이터인데요.

사고 위험이 큰 데도 안전성 검사도 거치지 않은 채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습니다.

황현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재래시장.

어른 손바닥보다 큰 대형 라이터가 팔리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시중에 나온 중국 제품입니다.

길이 16.5cm에 폭은 4.5cm.

크기는 일반 일회용 라이터의 2배가 넘고, 가스도 5배나 더 들어있습니다.

켜는 순간 불꽃이 15cm까지 치솟아 얼굴 등에 화상 위험도 적지 않습니다.

유흥가 판촉용이나 가게 개업 선물로 큰 인기라지만, 파는 사람들조차 걱정입니다.

<녹취> 라이터 판매업자 : "던지면 터지죠. 안 던져 보셨나요? 한 번도? 아무리 중국 애들이 두껍게 만들었다고 쳐도 가스가 이 만큼이면 완전 폭발이거든."

문제는 이 제품들이 안전성 검사도 받지 않았다는 겁니다.

일부에 붙어 있는 검사 필증 역시 가짜입니다.

기존 소형 라이터 규격으로 받은 인증을 대신 붙여놓은 겁니다.

<녹취> 라이터 판매업자 : "던지면 터지죠. 안 던져 보셨나요? 한 번도? 아무리 중국 애들이 두껍게 만들었다고 쳐도 가스가 이 만큼이면 완전 폭발이거든..."

<녹취> 이원근(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팀장) : "현재 기준으로서는 현재 나와 있는 라이터에 충족할 수 있는 기준이고요. 요새 신제품에는 아직 기준 개정 작업 중인 것으로..."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은 이 대형 라이터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지 이 소형 라이터와 함께 화염 속에 넣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소형 라이터.

반면, 대형 라이터는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습니다.

양쪽을 비교해 보면 대형 라이터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이 컸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형 라이터 때문에 차량 화재가 잇따르는 점에 비춰보면 중국산 대형 라이터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따로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터뷰> 이동식(서울 강서소방서 위험물안전팀장) : "여름철에는 차량 내부 온도가 96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런 대용량 라이터를 방치할 경우 대형 사고 위험이 상당히 크다."

이런 이유로 기술표준원이 뒤늦게 수입과 유통을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단속은 없는 상황입니다.

<녹취> 판매업자 : "제가 판 게 2백여 개를 팔았어요. 도매나 소매로 144개(1박스) 단위로 팔면 좀 더 깎아준다. 포장돼 있는 것 뜯지도 않고..."

곳곳에 설치된 '크레인 오락기', 이른바 뽑기에도 이런 라이터들이 버젓이 들어 있습니다.

맘만 먹으면 어린이나 청소년도 무기나 흉기에 가까운 대형 라이터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녹취> 판매업자 : "제가 판 게 2백여 개를 팔았어요. 도매나 소매로 144개(1박스) 단위로 팔면 좀 더 깎아준다. 포장돼 있는 것 뜯지도 않고..."

<녹취> "이거 내가 봤을 때 위험하구만. 라이터가 폭발하면 이건 진짜 위험하지, 이 조그만 라이터도 위험한데."

기술표준원 측은 앞으로 새 라이터 인증기준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것만으로 대형 라이터의 밀수입과 유통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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