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취업난 속 30~40대 아르바이트 쇄도?

입력 2010.02.04 (09:00)

<앵커 멘트>

'프리터'란 말 들어보셨나요?

'프리'와 '아르바이터'의 합성어죠.

정식 직장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해가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요.

그런데 최서희 기자,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3,40대 생계형 프리터들이 많아졌다구요?

<리포트>

네, 최근 편의점이나 주유소에서 일하는 3, 40대가 부쩍 눈에 띄는데요.

고용 사정이 안좋다보니 과거 학생들이 주로 했던 아르바이트 시장에 3,40대가 몰리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했다면,이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3,40대 프리터족의 일터를 다녀왔습니다.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시간. 박성대씨는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로 하루를 남들보다 일찍 시작합니다.

식품 배달 업체 팀장을 맡기도 했던 박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년 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른바 ‘프리터족’입니다.

<인터뷰> 박성대(34살, 서울시 성수동) : "어느 정도 남들처럼 고액 연봉 수준은 아니지만 우유 배달이든 신문 배달이든 간에 새벽 시간을 쪼개서 잠을 덜 자더라도 그 수입에 맞추려고 하는 거죠.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우유배달을 마치고 나면 박씨는 집이 아닌, 택배 배달 물류 창고로 이동합니다.

이곳에서 택배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두 번째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인터뷰> 박성대(34살, 서울시 성수동) : "(새벽) 1시 30분 부터 7시까지 (우유) 160개 정도 배달하고 7시에 끝나면 (아침) 밥 먹고 와서 (일하죠). (택배는) 건당으로 수당을 받기 때문에 많이 (배달)하면 할수록 많이 (돈을) 버는 거죠."

<현장음> "택배입니다."

<현장음> "104호가 안 보이는데요."

택배 배달까지 하루 꼬박 일하는 시간만 18시간.

이렇게 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은300만원 안팎으로 웬만한 월급생활자 수준입니다.

<인터뷰> 박성대(34살, 서울시 성수동) : "다리가 아프지만 가족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뛰는 거죠. 힘들어도 열심히 해야죠. 언젠가는 저도 남부럽지 않게 사는 날이 있겠죠."

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30대 가입자는 2008년 보다 36.2%, 40대 가입자는 무려 56.8%나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이승윤(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홍보팀) :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 주유소와 같은 매장 관리 10대들이 선호했던 아르바이트를 최근에는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구조조정 기업이 많아지면서 3, 40대 프리터가 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 정유훈(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일자리가 그만큼 없습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지만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30~40대가 한 가정의 가장이기 때문에 생산의 주력 계층인 30~40대에서 프리터가 증가하고 있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과거 학생들이 주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주유소에서도 3, 40대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는 이광열씨. 6년 동안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으면서 아르바이트로 눈을 돌렸습니다.

<인터뷰> 이광열(48살,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 "볼링장 레인 설치도 해보고, 막노동도 해봤고...직장 생활을 6년 했었고 회사 문 닫고 그만두면서 힘든 생활이 시작된거죠."

하지만 일자리가 많지 않다보니 아르바이트의 주축인 10대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인터뷰> 이광열(48살, 경기도 부천시 고강동) : "10대, 20대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서 잠깐 나오는 거지만 저는 먹고 살기 위해서 생계를 위해서...(일자리가) 생길 때까진 있어야..."

주부 윤정남씨는 4년제 대학을 나왔지만, 새롭게 취직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 고민 끝에 자녀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택했습니다.

<인터뷰> 윤정남(44살,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 "지금은 경력이 쌓이니까 100만 원 정도 받고 있어요.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제일 많죠."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시작하게 된 아르바이트 생활이 때론 힘들지만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인터뷰> 윤정남(44살,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 "공부해서 전문직으로 시작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아요. 할 수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야 되지 않나 싶더라고요. 열심히 뭐든지 하면 그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한 탓에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몰리는 중장년층.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3, 40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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