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靑, 사과 요구…朴, 거부

입력 2010.02.11 (23:28)

<앵커 멘트>

요즘 여권 집안싸움을 보면 계파 갈등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 합니다. 한쪽에서 사과하라고 하면 반대편에선 마음대로 해보라는 식인데요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박에스더 기자, 청와대는 어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이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했다고 보는 건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사건 전개를 좀 살펴보면 일단 그제 대통령이 충북도청 보고대회에서 "잘되는 집안은 싸우다가도 강도가 들어오면 일단 멈추고 강도를 힘을 합쳐 물리친 뒤에 다시 싸운다" 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일부 언론을 통해 바깥에서 강도가 오는데도 집안싸움만 계속하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습니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그 말은 맞지만,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강도로 변하면 어떻게 하느냐 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표의 이 발언이 대통령을 강도로 비유한 듯한 것으로 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른바 '강도론'은 당내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이미 10번도 넘게 해온 말인데,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채 대통령을 폄하해놓고, 뒤늦게 일반론이라고 얼버무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문>
박근혜 전 대표측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답변>
박 전 대표의 반응을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내 말에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 사과할 뜻이 없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대통령이 먼저 강도론을 꺼내고, 일반론이라고 설명해 그에 대응한 것 뿐인데 뭐가 문제냐고 반박했습니다.

친박근혜계 이정현 의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친박계):"대통령께서 그러셨듯이 박근혜 전 대표도 일반론적인 그런 비유를 했을 뿐인데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해서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박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을 자제해왔던 것과 달리 공식 사과라는 강한 요구를 내놨고, 박 전 대표는 이를 거부하면서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질문>
당 내부의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반응도 상당히 격앙됐겠는데요?

<답변>
그렇습니다. 친박측은 이번 일 뿐 아니라 세종시 문제 자체의 원인 제공자가 대통령 아니냐, 그래놓고 무슨 사과를 요구하느냐며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입니다.

"청와대가 박 전 대표를 고집세고 오만한 유력 후보로 몰아서 세종시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한다", "어제는 해명만 하다가 갑자기 오늘 사과를 요구하는,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는 이동관 수석이 물러나라"고 요구했습니다.

친이계 역시 어이 없다는 반응이기는 마찬가집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은 누가 봐도 대통령을 강도에 비유한 건데 어떻게 여당 내부의 지도자가 대통령을 모욕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박 전 대표가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고수 열정에만 휩싸여 냉정을 잃었다"며 직격탄을 쏟아냈습니다.

서로 상대방이 분당을 부추기고 있다며 그간 언급을 자제해오던 분당 가능성까지 얘기할 정돕니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은 지난 2007년 대선 경선때부터 계속돼오고 있는 것인데요, 이번 세종시 갈등으로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다시 직접 충돌하면서 양 계파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분위깁니다.

<질문>
이런 가운데, 여권이 세종시 수정안의 처리 시점을 4월로 거의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죠?

<답변>
네, 정운찬 총리가 오늘 4월 처리를 또 언급했습니다.

또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가 3월에 정부에서 법안이 넘어오면 당에서 1주일이든 열흘이든 끝장토론을 벌이겠다고 해 3월에는 논의를 진척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야당은 현실적으로 통과가 어려워보이는 총리해임건의안 제출은 일단 미루고 설 연휴 직후 세종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습니다.

4월이 처리 시점이라면 이번 설 민심이 세종시의 처리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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