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0.03.17 (07:02)
수정 2010.03.1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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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우리 사회에는 전 국민의 이목을 끈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 것과 여중생 납치 살인 피의자 김길태가 검거된 것입니다. 깨끗하게 살다가 아름답게 떠난 분은 온 국민이 존경하고 아쉬워했으며,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죽인 비겁한 자에게는 모두가 분노했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자유롭고 관점이 다양해도 모두가 이렇게 같이 존경하고 미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보편적인 인간성이 존재하고 기본적인 양식이 건재함을 증명합니다. 그런 공감대가 분열된 사회의 안정과 통합을 어느 정도 보장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희망에 찬 물을 끼얹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김길태를 ‘모략당하는 영웅’, ‘시대의 양심’ 등으로 치켜 올리는 팬 카페가 두 곳이나 생겨난 것입니다. “김길태씨 석방 추진회’, ‘김길태씨에게 격려의 편지 쓰기’ 등의 해괴한 코너를 만들어 “한번 사는 인생을 자유롭게 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며 살았던 청년”이란 등의 찬사를 늘어놓았습니다.
지난 번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잡혔을 때도 그런 팬 카페가 생겨나서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 이번에 또 그런 어처구니없는 짓이 반복된 것입니다. 너무 무책임하고 지나치게 냉소적이라 그저 놀랄 뿐입니다.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어린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죽인 것은 비겁함의 극치이며 그런 자를 옹호하는 것은 기본적인 정의감도 갖추지 못했음을 뜻합니다.
모든 자유가 다 허용되더라도 이웃에게 해를 끼치고 약한 사람을 죽일 자유는 용인될 수 없습니다. 사회의 존속이 위협받고, 행위자 자신의 생존과 안정도 보장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뒤틀린 자유를 제재하는 것은 모든 사회의 정당한 권리며 필수적인 자구책입니다. 그런 자유 못지않게 그런 자유를 옹호할 수 있는 자유도 인정될 수 없습니다. 비겁한 자를 찬양하고 영웅으로 미화하면 그런 자들이 더욱 용기를 얻고 양산될 것이며, 옹호하는 사람과 그 가족들도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인터넷 실명제가 많이 주장되었습니다. 끔직하고 무책임한 정보들이 너무 많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김길태 팬 카페는 그런 주장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뒤틀린 자유는 그 자유 자체의 존속조차 어렵게 만듭니다. 인터넷은 이제 중요한 공적 공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정당한 권리와 자유가 존중되는 성숙한 문화가 거기서 형성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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