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미국의 성숙한 의회민주주의

입력 2010.03.24 (07:18)

수정 2010.03.24 (10:38)

[양승함 객원 해설위원 / 연세대 교수]

미국 의회는 미국 정치의 최대 쟁점 법안이었던 건강보험 개혁 법안을 토론과 설득 그리고 표결로써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내로라하는 미국 대통령들이 실패했고 표결 직전까지도 통과가 의문시 되었던 개혁 법안이었습니다. 이것은 미국 의회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오바마 대통령 리더십의 승리이기도 합니다.

이 법안은 미국 정치 이념의 양대 산맥인 사회복지 정의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와 자유 시장 경제 원리를 지키려는 보수주의의 이념적 대결이기도 했습니다.

의회 밖의 수많은 시민들의 찬반 시위와 방청석의 뜨거운 열기, 민주당과 공화당 간의 정권적 이해관계와 이념적 대립이 격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민주주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미국의 개혁 법안의 처리 과정은 폭력이 난무하는 우리 국회와 한국정치에 커다란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는 대립과 군림에 있는 것이 아니고 토론과 설득을 통한 소통에 있다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대하는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설득했습니다.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연수회에 참석하고, 백악관으로 초대해 열띤 토론을 벌여 접점을 찾기에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는 의견과 입장 차이에 대한 타협과 협상입니다. 어느 사회든 특히 정치적 이해관계와 관련해서는 갈등과 대립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민주정치는 이러한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와 타협을 기본적 규범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낙태보험금 지급에 반대한 민주당 소속 반낙태파 의원 7명에게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방정부가 결코 지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당내 분열을 최소화하고 찬성으로 돌아서게 했습니다.

세 번째는 미국 의회의 표결 절차와 결과에 대한 승복입니다. 상호 합의된 절차를 존중해 최선의 공방 끝에 법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그 결과에 승복한 것입니다. 패배한 공화당 의원들은 분개하면서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들이 승리할 경우 이 법안을 철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억지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이젠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민주적 자긍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원안과 수정안을 둘러싸고 고착된 갈등 구조를 더 이상 노정시키지 말고 대화와 토론, 설득과 타협, 그리고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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