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껑충 뛴 채소값에 농민·소비자 ‘울상’

입력 2010.03.26 (08:54)

수정 2010.03.26 (09:00)

<앵커 멘트>



요즘 장 보러 가셨다가 채소값이 껑충 오른 것 보고 놀라고 화나신 분 많으시죠?



춥고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채소 생산량이 뚝 떨어지면서 값이 올랐는데요,



정수영 기자, 채소 농가들 피해도 크다구요?



<리포트>



네. 그렇습니다.



잦은 눈과 비 때문에 햇빛을 받는 날이 크게 줄어든 게 문제입니다.



비닐하우스마다 채소 생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요.



배추며 오이 같은 채소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서 그야말로 금값입니다.



농민들은 생산량이 줄어서 울상이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훌쩍 뛰어오른 채소값에 한숨짓고 있습니다.



현장 함께 보시죠.



수확이 한창인 오이 재배 농가입니다.



작년 같았으면 벌써 열흘 전부터 오이를 따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월말이 다 돼서야 겨우 수확을 시작했는데요.



꽃샘 추위에다 잦은 눈비로 햇빛을 받지 못해 오이가 통 자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덜 자라거나 모양이 뒤틀린 오이가 태반입니다.



<녹취> "다 이런 오이가 클(더 자랄) 오이예요. 클 오이. 클 오인데 날씨 때문에 다 따서 버린 거예요. 전부 다."



비닐하우스 곳곳에는 못 쓰게 된 오이들이 쌓여 있습니다.



수확량은 작년에 비해 60퍼센트나 줄었습니다.



<인터뷰> 한옥희(오이 재배 농민) : "적게 나와도 작년에는 한 15박스인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6,7박스 이런 식으로밖에 나오지 않으니까 양이 많이 줄었다고 봐야죠."



날씨 탓에 한 해 오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마땅히 호소할 곳도 없습니다.



<인터뷰> 한옥희(오이 재배 농민) : "봄 농사로 1년을 살아야 되는데 진짜 수입이 얼마 안 된다고 봐야죠. 이렇게 되면."



밤 9시 반,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전국 각지에서 채소를 싣고 온 화물차들이 도착합니다.



경매 시장 직원들이 중간 도매상들에게 팔아넘길 고추며 오이 상자를 나르느라 분주합니다.



전국적으로 채소 출하량이 줄다 보니 배추, 고추, 오이 가릴 것 없이 경매에 나온 물량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뚝 떨어졌습니다.



<인터뷰> 김기영(경매사) : "산지에서도 가격이 높아서 공급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고. 여기 시장에서도 가격이 비싸니까 구매를 못하고 이러다보니까 지금 애로 사항이 상당히 많은 실정입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가 어제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주요 농산물 가격을 조사한 결과 배추는 5년 평균치보다 2배 이상 올랐고, 오이는 30%, 호박은 40% 이상 올랐습니다.



경매로 채소를 낙찰받은 중간 도매상들은 턱없이 오른 가격에 혀를 내두릅니다.



<인터뷰> 한광수(중도매상인) : "제가 채소장사 30년을 했는데 이렇게 야채 비싼 건 처음 봤습니다. 심지어는 세계기록이라 하면서 그렇게 판매를 하고 했는데..."



공급 부족으로 도매 가격이 뛰면서 대형 마트에선 채소와 나물 가격이 예년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애호박과 오이, 고추 같은 비닐하우스 재배 채소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비싼 값에 팔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준기(대형 마트 관계자) : "배추가 특히 전년 대비 최고 50% 이상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작년에 한 포기당 2천 원 하던 것이 지금은 5천 원 정도 하고 있습니다."



냉이나 달래 같은 봄나물은 변덕스런 날씨 탓에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밥상에 봄나물 반찬을 올리려 했던 주부들은 선뜻 장바구니에 담지 못하고 망설입니다.



특히 값이 많이 오른 무와 배추는 1년 내내 밥상에 오르는 채소라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상승폭은 더 큽니다.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격에 소비자들은 애가 탑니다.



<인터뷰> 고미순(서울시 성내동) : "저희 같이 아이들이 많은 집은 가계 부담도 되죠. 채소 값이 다른 거에 비해서 많이 올라 있으니까. 비싸니까 예전처럼 많이 못 사고 조금만 사고 가는 편이죠."



훌쩍 오른 채소값에 음식점들도 울상입니다. 김치 소비가 많고 밑반찬으로 나가는 재료의 대부분이 채소이다 보니 채소값 상승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대식(주방장) : "2주 전만 해도 50포기씩 담글 때 한 포기에 3천 원씩 들어오던 게 지금은 한 포기 당 5천 원.

시금치 같은 경우에 한 박스 만 원 정도 들어오던 게 지금은 만 8천 원 정도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김치며 나물 같은 밑반찬 재료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그렇다고 당장 음식값 을 올릴 수도 없어 속을 태웁니다.



<인터뷰> 김두식(주방장) : " 저희가 단골손님들을 상대로 하다보니까 채소 값이 많이 올라서 거기에 대해서 손님들한테 밑반찬을 덜 주고 그렇다고 해서 천 원, 이천 원 올려 받을 수도 없는 거고."



연일 계속된 꽃샘 추위에 하루 걸러 비나 눈이 오는 변덕스런 봄 날씨 탓에 농민은 물론 소비자들과 음식점 사장님들까지 한숨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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