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② 엇갈린 희비…향후 정국은?

입력 2010.06.06 (07:35)

<앵커 멘트>

이번 6.2 지방 선거, 한나라당의 참패, 민주당의 승리로 결론났습니다.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앞날에 대한 각 당의 계산법도 복잡해졌습니다. 정치외교팀, 이주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이주한 기자, 먼저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부터 알아볼까요?

<답변>
네, 전체 16곳 가운데 한나라당이 6곳, 민주당 7곳, 자유선진당 1곳, 무소속 2곳에서 당선됐습니다.

한나라당은 서울과 경기 그리고 부산과 울산, 대구, 경북에서 이겼고, 민주당은 인천과 강원, 충북, 충남, 광주, 전북, 전남에서 승리했습니다. 충청권에서 강세를 보이는 자유선진당, 이번엔 대전에서만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을 냈구요. 경남과 제주에서는 무소속 후보자가 당선됐습니다.

지난 2006년 선거와 비교해 보면 당시에는 한나라당이 12곳을 휩쓸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충청 강원으로 이어지는 동서 대각선 벨트를 형성했습니다. 한나라당으로선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강원을 내준 반면 민주당은 지역당 이미지를 탈피하는 동시에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교두보를 형성했습니다.

<질문>
기초단체장은 어떻습니까?

<답변>
전국 228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야권이 대약진했습니다. 한나라당 중심의 지방권력이 여소야대로 재편된 셈인데요.

민주당은 92곳에서 당선자를 낸 반면 한나라당은 82곳에서 승리했습니다. 무소속도 36곳에서 선전했습니다. 4년 전 절반이 넘는 155곳에서 승리했던 한나라당은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 반면, 39곳에 불과했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두 배 넘는 곳에서 승리했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는데요, 4년 전 서울 25개 구청장 모두를 석권했던 한나라당은 강남 3구 등 4곳에서만 이기고 나머지는 모두 민주당에 넘겨줬습니다.

<질문>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 역시 서울인데, 개표과정도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어요?

<답변>
예상을 뛰어넘는 초 박빙의 승부였습니다. 오세훈 당선자는 새벽 한때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는데, 사실 이 때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상당수의 유권자나 취재진 역시 오 당선자의 패배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후 몇 번의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현상이 이어졌는데, 새벽 4시 쯤 강남지역에서 지지표가 쏟아지면서 오 당선자가 결국 재역전에 성공했고, 0.6% 포인트 차로 극적인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한명숙 후보로선 참으로 가슴아픈 패배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질문>
이번 선거 특징 짚어보죠. 이른바 노풍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지역주의 투표 성향도 어느정도 약화된 것으로 보이죠?

<답변>
앞서도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좌희정, 우광재'로 불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이광재 후보가 각각 충남지사 강원지사에 당선되면서 민주당은 일단 지역당 이미지에서 탈피하게 됐습니다.

리틀 노무현이라고 불린 노 전 정부의 행자부 장관 출신 김두관 후보도 경남 지사에 당선됐습니다. 이 밖에 당선은 안됐지만 한명숙 후보와 유시민 후보, 특히 김정길 후보가 부산에서 선전을 했죠? 이들이 선전한 곳이 강원과 충남, 경남, 부산.. 즉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의 여당이 강세를 보였던 곳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지역주의 구도가 많이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호남에서 얻은 성적도 눈에 띕니다.

사실 호남은 한나라당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데 후보들은 모두 두 자릿수 득표를 얻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질문>
'노풍'이 강했다는 얘긴데, '북풍'이나 '정권심판론'은 어떻게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합니까?

<답변>
당 참패, 야당 승리란 결과는 천안함에 대한 역풍과 정권 견제론이 통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사건의 배후가 북한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보수와 안정을 표방하는 한나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는데, 여당이 천안함 이슈를 선거에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젊은층의 반감이 작용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얘긴데요.

그래서 젊은층의 더 강한 결집이 표로 이어졌는데.. 실제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제1회 지방선거 이후 투표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점, 20대에서 40대의 투표 참여가 증가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합니다.

한편으론 여당인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이 압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방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기에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한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마져 압승할 경우 권력이 너무 집중될 것이라는 국민의 정권 견제론도 여당 패배. 야당 승리라는 결과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이제 각 당의 반응 살펴보죠.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비상사태라면서요?

<답변>
네, 승리를 예상하다 참패를 기록하자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습니다.

새 지도부를 뽑을 때까지 비상대책위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정몽준 대표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정몽준(한나라당 대표):"채찍질해주신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 책임 맡았던 선대위원장으로서 커다란 책임감 느낀다. 이 자리 빌려서 사퇴의 뜻을 밝힌다."

정몽준 대표는 패배 원인에 대해, 여당의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추진 입장이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라며 여당의 완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도부 총사퇴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 개편이 시급해졌습니다. 일단 다음달 초 예정된 전당대회 때까지 김무성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고, 이번주(7일) 총회에서 전당대회 준비와 재보궐 선거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질문>
민주당은 희색이 만연하죠?

<답변>
네, 민주당은 기대보다 큰 승리에 한껏 고무된 분위깁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지방 선거를 정권 심판으로 규정하고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말입니다.

<녹취> 정세균(민주당 대표):"국정 운영의 전면 쇄신과 전면 개각을 요구합니다. 정운찬 총리 비롯한 내각은 총사퇴해야 합니다."

이어서 세종시 수정안 철회와 4대강 공사 중단, 천안함 관련 대통령 사과를 거듭 요구하며 정국 주도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민주당은 또 이번 선거 승리로 그동안 불거져온 주류와 비주류간 당내 갈등이 당분간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 밖에 이번 선거에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두 곳을 노리다 대전 시장 한 곳에서 승리한 자유선진당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충청권에서의 입지가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야권 연대를 통해 진보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기초단체장 당선자를 배출한 데 의미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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