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시간강사의 죽음…그 후

입력 2010.06.06 (07:35)

<앵커 멘트>

한 40대 시간강사가 대학 채용비리와 논문대필을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열흘이 넘었습니다.

그가 죽음을 통해 알린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제도 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최혜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달 25일 밤, 광주 모 대학 시간강사 45살 서모씨가 집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서씨를 발견한 사람은 그날도 식당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부인이었습니다.

서씨가 지난 10년 동안 일주일에 10시간씩 강의를 하고 받은 돈은 매달 백3십여만 원, 두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부인이 식당일을 전전했습니다.

<녹취> 유족(서씨의 조카/지난달 26일):"작은 아버지가 (작은 어머니에게) 작년에도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올해까지만 고생하면 내년부터는 식당일 안다닌다. 그 사람만 믿고 해주겠다 믿고 했는데 (안되니까) 괴로워하시고."

그가 남긴 5장의 유서.

생전에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낱낱이 적었습니다.

2년 전 교수 채용을 대가로 전남과 경기도 모 대학에서 각각 6천만 원과 1억 원을 요구했고, 최고 3억 원까지 요구한 대학도 있었다는 겁니다.

지도 교수의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시간강사를 노예, 종이라고 했고, 학생들이 논문을 대신 써주고 교수는 이름만 올리고 있다면서 자신이 대필해준 구체적 논문 수와 인물의 성까지 폭로했습니다.

<녹취> 동료 시간 강사:"연구 업적도 굉장히 많으시고 사회 모든 구조적인 모순들이 서박사를 많이 눌렀어요. 인간이 살아갈 존재를 못 느끼게 만들어 버린 거죠."

대학 비리의 종합 판을 고발한 서씨의 유서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현장음>"철폐하라 철폐하라!"

전국 5만여 명의 비정규 교수와 시민단체, 교수노조까지 공동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독자적인 진상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인터뷰> 정재호(한국 비정규직교수노조 조선대분회):"큰 틀에서 접근해서 이 문제를 문제가 무엇인가 제도적인 대책이 무엇인가 이런 것을 찾아서 대안을 제시하는..."

경찰도 해당 대학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그동안 추진해온 시간강사 대책 논의도 급물살을 탔습니다.

전임강사의 1/4 수준인 강의료를 인상하고 4대 보험 가입 등 대책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은 시간강사 제도 철폐를 요구해온 비정규 교수들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시간강사 대책을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입니다.

KBS 뉴스 최혜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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