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여·야의 야합

입력 2010.09.15 (07:19)

수정 2010.09.15 (07:27)

[김인영 해설위원]

주요국정현안과 관련해선 그렇게 대립과 갈등을 일삼는 여야가 스스로의 합의를 뒤집는 데 손쉽게 손을 맞잡았습니다. 불과 5개월전에 자신들이 합의한 구의회폐지 방침을 뒤집은 것입니다. 지난 4월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는 2014년부터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처리를 여야간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지방 행정의 효율화와 예산낭비를 막자는 차원이었지요.

그 바탕에는 구의회의 역기능에 대한 광범위한 비판여론이 깔려 있었습니다. 청탁이나 인사개입, 갖가지 이권 개입등 끊임없는 기초의원들의 비리문제, 외유추문이나 담합에 가까운 편법적 수당 인상등 기초의원들의 도덕성 시비가 비난여론을 형성했습니다. 그래서 여야가 폐지에 합의한 건데 이를 없던 일로 하자는 겁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운운하면서 이유를 대지만 궁색하게 들립니다. 폐지합의가 나오기까지 다 논의했던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5개월전에 비해 본질적으로 아무런 상황이 변한 게 없는데, 자신들의 합의를 백지화한 것은 결국 여야간 야합이란 말 이외는 설명하기가 힘듭니다.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갖는 구의회를 포기할 수 없다는데 여야가 이해를 같이한다는 겁니다. 공천권을 갖는 까닭에 지방선거때만 되면 국회의원과 후보간의 금품거래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또 자질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측근이나 이해관계가 맞는 후보들이 공천을 받는게 보통이었습니다. 이는 구의원 자질문제로 연결돼 그만큼 구의회 폐지여론으로 이어졌는데, 정치권은 이를 외면한 것입니다.

사실 이번 일은 정치권에선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기도 합니다. 여야가 구의회폐지를 담은 특별법안을 합의한 뒤 당내에 내놨을 때 당마다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법안은 합의한대로 본회의에 넘어가지 않고 법사위원회에 계류돼 왔습니다.

결국 여야는 자신들이 번복한 구의회폐지 문제를 삭제한 지방행정체제 특별법안을 내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대신에 구의회폐지 문제는 2012년 6월까지 대통령 직속의 지방행정체제개편 추진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구의회 폐지여부는 다음 19대 국회에서나 다시 논의될 전망입니다. 여야는 얼마전에 월 120만원의 퇴직 국회의원 평생연금을 허용한 법안을 슬그머니 처리하려다가 들통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맞으면 덜썩 손을 맞잡는 여야의 풍경이 왠지 씁쓸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