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특검도 ‘헛바퀴’…무용론 다시 고개

입력 2010.09.28 (11:43)

수정 2010.09.28 (16:16)

'스폰서 검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역대 9번째로 도입된 민경식 특별검사팀이 적지 않은 나랏돈을 쓰고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채 55일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이날 특검이 제출한 성적표는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특검 무용론'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경식 특검팀은 24억여원의 국가 예산으로 67명의 수사진을 투입해 장장 55일간 경남지역 건설업자 정모(52)씨가 폭로한 검사 접대, 금품수수 의혹과 서울고검 전직 수사관의 룸살롱 접대 의혹, 강릉지청 김모 계장 향응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번 특검 수사의 '몸통'에 해당하는 박기준, 한승철 전 검사장 등 전ㆍ현직 검사들의 접대 의혹과 관련해 앞서 진상규명위원회가 밝힌 사실 외에 새로운 접대 사실이나 접대의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를 거의 찾지 못했다.

특히 성접대 의혹은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관련자를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황희철 법무차관의 팩스 진정 묵살 의혹도 팩스 내용을 확인하지 못해 결국 기소하는데 실패했으며, 황 차관을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고 조사 사실 공개도 늦춰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석탄공사 도계광업소 노조지부장과 외주용역업체 사장 등이 강릉지청 김 계장을 백여차례 술접대 등을 했다는 의혹도, 강릉지청에 2주간 특별 캠프를 설치하고 30여명의 참고인을 소환했지만 관련자를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ㆍ현직 검사 중 기소 대상자는 최소 10여명이 될 것으로 봤던 당초 예상과 달리 한승철 전 검사장 등 4명에 그쳤다.

그나마 서울고검 전직 수사관 사건과 관련해 수사관 두 명이 접대를 받고 수사 정보를 알려준 사실과 수사관끼리 비공개 내부 자료를 임의로 유출한 사실 등을 밝혀내고 전ㆍ현직 수사관과 접대 제공자 등 5명을 기소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이처럼 '용두사미'가 된 특검 수사는 특검 출범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특검은 의혹 중 공소시효가 남아 사법처리(기소)가 가능한 범죄 혐의만을 수사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를 뛰어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검찰 출신이 아닌 특별검사보와 파견 검사들 간의 알력과 갈등도 특검의 힘을 빼는 요소로 작용했다.

특검에 파견된 10명의 검사들은 전ㆍ현직 검사들의 혐의 입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공개소환된 박기준 전 검사장이 취재진을 피해 몰래 특검 사무실에 들어오게 해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사실 법조계 주변에서는 과거의 특검이 대부분 성과를 제대로 못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과도한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와 '옷 로비' 사건을 시작으로 2001년 '이용호 게이트', 2003년 '대북 송금', 2004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2005년 '철도공사 유전개발', 2008년 '삼성 비자금', 'BBK 의혹' 등 앞서 도입된 8차례의 특검 중 성과를 거둔 것은 '옷 로비'와 '이용호 게이트' 정도에 그쳤다.

이번 특검도 수사 결과로 볼 때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리하게 도입돼 결국 막대한 국민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 특검 수사결과는 법과 질서가 검사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며 "이는 상시적이고 독립적인 고위공직자에 대한 비리조사기구가 설치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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